금통위 진용 개편…한은 코로나19 대응 변모하나(종합)

입력 2020-04-16 17:05  

금통위 진용 개편…한은 코로나19 대응 변모하나(종합)
조윤제, 文경제공약 브레인 역할…'소주성' 대표학자 주상영도 합류
일각선 "매파 성향 강화"…"매·비둘기 구분 큰 의미없는 상황" 평가도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성서호 정수연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진용 개편이 통화정책 방향의 변화로 이어질지 관심을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가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부닥친 만큼 한은이 전통적인 정책 틀에서 벗어나 '최종대부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 조윤제·주상영, 文정부 경제정책과 궤도 맞춰와
16일 한은에 따르면 조윤제(68) 서강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전 주미대사), 서영경(57)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원장, 주상영(56)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신임 금통위원으로 추천됐다.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평가받던 신인석·조동철 위원과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평가받던 이일형 위원의 후임 후보들이다.
고승범(58) 현 금통위원도 다시 추천돼 연임을 앞두고 있다.
조 전 대사는 참여정부에서 대통령 경제보좌관을 맡았고 문재인 정부의 첫 주미대사를 지내는 등 노무현 정부·문재인 정부의 주요 인사로 꼽힌다.
지난 대선 때 문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의 소장을 맡아 경제공약 마련에 역할을 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연임하기 전 총재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한은 안팎에선 조 전 대사가 이 총재와 나이가 같은 데다 장관급 공관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총재급 위원'이 아니냐는 평가가 벌써 나온다.


주 교수도 문재인 정부 들어 국민경제자문회의 거시경제분과장을 맡는 등 현 정부와 코드를 같이 하는 대표적인 경제학자로 꼽히는 인사다.
원로 경제학자인 학현(學峴)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를 따르는 진보 성향 경제학자들인 '학현학파'에 속하면서 현 정부가 추진한 소득주도 성장론의 이론적 토대를 제시하는 데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엔 소득주도 성장론을 비판한 박정수 서강대 교수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반박하는 등 학계에서 벌어진 '소주성 공방'의 한가운데에 서기도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그가 언론에 매파적 성향으로 해석될 수 있는 칼럼을 기고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주 교수는 지난 2월 한겨레 칼럼에서 "한국의 경우 정부부채 수준이 높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은 확장적인 재정정책 기조를 유지할 수 있어서 당장 통화정책 대응이 급한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우리의 경우 금리의 실효하한이 제로가 아니라는 점, 정부부채를 미국이나 일본처럼 마냥 늘려나갈 수는 없다는 점에서 새로운 정책 조합을 미리 구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한은 출신 서영경, 상의서 실물경제 경험…고승범 연임으로 안정 추구
서 원장은 2016년 한은 부총재보직에서 퇴임한 후 고려대에서 후학을 양성하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싱크탱크인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의 원장으로 일했다.
금통위원으로서 4년 만에 친정으로 복귀한 셈이다.
시장에선 서 원장이 한은에서 조사국 업무 등을 총괄하는 등 한은 고유 업무을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한은 집행부의 관점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주요 정책의 의사결정을 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반면 서 원장이 대한상의에서 일한 데다 상의 몫으로 금통위원에 추천됐다는 점에서 통상적인 한은 출신과는 달리 실물경제의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과거 전례에 비춰볼 때 한은 출신 금통위원은 매파적, 상의 추천 금통위원은 비둘기파적 성향을 가진 경우가 많았지만, 서 원장은 두 이력을 모두 가졌다는 점에서 성향을 쉽게 예측하기 어렵게 된 셈이다.
서 원장은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한국경제가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중책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한은 경력과 대한상의에서 실물경제를 가까이 살펴본 경험을 살려 맡은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고 위원이 한은 총재 추천으로 금통위원을 연임하게 된 것도 이례적이다. 1950년 6월 금통위 출범 이후 첫 연임 사례다.
고 위원은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상임위원을 역임하고 2016년 금융위 추천으로 금통위원에 임명됐다. 4년간 그의 행보는 매파에 가까운 중도 성향을 보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은은 고 위원의 연임을 추천한 배경에 대해 "금통위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의 연속성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며 "경제 관료 출신의 금통위원으로서 지난 4년 동안 탁월한 성과를 보여준 고 위원의 연임은 금통위의 안정은 물론 통화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위원은 "코로나19로 경기가 심각한 영향 받는 상황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기획재정부, 금융위 등 정부에서 일한 경험과 4년간 금통위원 경험을 바탕으로 실물경제 회복과 금융시장 안정을 조속히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금통위, 매파 성향 강화" VS "현 상황서 구분 무의미"
고 위원을 제외한 후임 3명이 어떤 성향인지 아직 뚜렷하게 판단하긴 이르지만, 후임 위원이 확정되면서 금통위 성향이 이전보다 매파적으로 이동했다는 평가가 시장 일각에서 나온다.
박석길 JP모건 본부장은 "새 금통위는 이전보다 더 매파 쪽으로 기울어졌다"며 "조 전 대사 성향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신인석·조동철 위원만큼의 비둘기 성향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통화정책을 평가하는 분석 틀이 한은 집행부의 기조와 유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주 원장은 과거 기고문에 드러난 통화정책 스탠스가 '매파 강화'의 근거로 거론된다.
다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충격이 가시화한 만큼 과거 잣대로 위원 성향을 평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로 기준금리가 연 0.75%로 낮아진 지금은 과거와는 통화정책 환경이 달라졌다"며 "적극적으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써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매파냐 비둘기파냐는 전통적인 구분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총재와 부총재, 기존 금통위원인 고 위원에 더해 한은 출신이 1명 더 늘어난 점에서 금통위 의사결정에 총재의 의중이 좀 더 반영될 여지가 커졌다고 평가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 한은 스탠스 변화 계기 될 수도…"효과적인 정책고민 필요"
새 금통위원의 합류는 금통위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달 16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75%로 0.50%포인트 전격 인하하고,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방식을 통해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는 '한국판 양적완화'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별도 기구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회사채 매입에 나서고 2조3천억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유동성 공급 계획까지 발표한 상황에서 한은의 위기 대응 태도가 안이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아 왔다.
사상 최저금리와 양적완화라는 '가보지 않은 길'을 헤쳐나가야 할 막중한 책무를 안게 된 상황에서 기존의 정책 틀에 얽매이지 않고 신속하고도 과감한 통화신용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현재 한은의 유동성 공급은 금융권에 치중되어 있고 그러다 보니 통화정책의 효과가 제약됐다"며 "기업이나 가계로 파급효과가 어떻게 더 퍼질 수 있을지 방법을 더 고민했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필요하다면 한은법을 개정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만, 현행법 테두리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돈을 풀 수 있는 방안을 새 위원들이 내주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례 없는 상황에 직면한 만큼 신중한 정책을 당부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한국경제학회장)는 "한은의 역할이 커지긴 했지만 전통적인 정책수단이 작동을 안 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자기가 가지고 있지 않은 수단을 사용할 수는 없는 거다. 그걸 넘어서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므로 정책을 결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p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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