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사상 첫 증권·보험에 비상대출…회사채담보 10조원 한도(종합)

입력 2020-04-16 16:02   수정 2020-04-16 16:03

한은, 사상 첫 증권·보험에 비상대출…회사채담보 10조원 한도(종합)
우량회사채 담보…은행도 대출 대상…"금융시장 추가 충격시 안정장치 성격"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정수연 기자 = 한국은행이 추가 유동성 공급 대책의 하나로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한 회사채 담보 비상대출 프로그램을 내놨다.
한은은 16일 오후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우량 회사채(신용등급 AA- 이상)를 담보로 은행, 증권사, 보험사에 최대 10조원을 대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를 신설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새 대출제도는 내달 4일부터 3개월간 한시적으로 10조원 한도 내에서 운용하되 금융시장 상황과 한도소진 상황 등에 따라 연장 및 증액 여부를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대출 기간은 최장 6개월이다.
적격 회사채를 담보로 맡기면 담보물의 인정가액 범위에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대기성 여신제도(standing lending facility)' 방식으로 운영된다.
대출금리는 비슷한 만기(182일)의 통화안정증권 금리에 0.85%포인트를 가산한 수준으로 정해졌다. 14일 기준으로 연 1.54% 수준이다.
증권사의 경우 ▲ 한은 증권단순매매 대상기관 ▲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 대상기관 ▲ 국채전문딜러(PD) 등 총 15개 증권사와 한국증권금융이 대상이다.
보험사는 한은과 당좌거래 약정을 체결하고 자기자본이 3조원 이상 경우 대출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한은이 은행이 아닌 일반 증권사나 보험사를 상대로 대출을 허용하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한은은 외환위기 시절인 1997년 12월 한은법 제80조를 적용해 은행 이외 금융기관에 대출한 적이 있다.
다만, 당시 한은은 증권사와 종합금융사에 직접 대출하지 않고 공적 기능을 하는 한국증권금융(2조원)과 신용관리기금(1조원)을 통해 자금을 간접 지원하는 우회 방식을 택했다.
대출 담보로 회사채를 받아주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 등으로 일반기업, 은행 및 비(非)은행 금융기관의 자금조달이 크게 어려워질 가능성에 대비한 안전장치 성격"이라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우량회사채를 담보로 증권사에 대출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번 특별대출의 성격을 명확히 했다.
이 총재는 "(회사채 및 기업어음 관련) 금융시장의 불안이 현재로서는 진정된 상태라고 본다"며 "그렇지만 코로나19의 향후 전개, 또 그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 불안이 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남아있고, 거기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한국판 양적완화'를 하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금융시장에서 신용경색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이를 완화하기 위해 서둘러 정책을 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달 26일 정례회의에서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 대상증권에 한국전력공사 등 공공기관 8곳이 발행하는 채권 8종을 추가하는 한편 RP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비(非)은행 대상기관에 증권사 11곳을 추가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 RP를 무제한 매입하는 '한국판 양적완화'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이날 임시 금통위는 조동철·신인석·이일형 위원이 참석하는 마지막 금통위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조 위원 등 3명은 20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p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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