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2차대전 승전 75주년 5월 행사 연기…"코로나19로 불가피"

입력 2020-04-17 01:23   수정 2020-04-17 14:47

푸틴, 2차대전 승전 75주년 5월 행사 연기…"코로나19로 불가피"
"전염병 물리치고 올해안에 반드시 열것"…앞서 각국 정상들도 대거 초청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험을 이유로 다음달 9일로 예정됐던 제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 행사를 연기한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크렘린궁 공보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가안보회의 위원들과의 화상회의를 시작하면서 대국민 담화 형식의 발언을 통해 승전기념행사 연기를 발표했다.
푸틴은 "승전기념일까지는 이미 한달이 남지 않았으며 지금 우리 앞에는 쉽지 않은 어려운 선택이 놓여있다. 5월 9일은 우리에게 신성한 날이고 각자의 생명도 신성한 것이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승전기념일 행사 연기 결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5월 9일 군사퍼레이드를 진행하기 위해선 바로 지금 준비가 시작돼야 한다. 하지만 정점이 지나지 않은 전염병과 연관된 위험은 여전히 아주 크다. 이것이 내게 퍼레이드와 다른 대중 행사들의 준비를 시작할 권한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방장관과 권력기관 수장들, 모든 급의 지방 정부들은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의 군사 퍼레이드 준비와 지역에서의 퍼레이드 준비 일정을 변경하고, 승전 7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준비됐던 모든 다중 행사를 연기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푸틴은 이어 "우리는 현재 직면한 이 위협을 물리칠 것이며 그 뒤에 계획됐던 모든 5월 9일 행사들을 반드시 성대하게 치를 것이다. 당연히 올해 안에 그렇게 할 것이다"라면서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의 퍼레이드가 펼쳐질 것이고 '불멸의 연대' 행진도 반드시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나 승전 기념 행사가 열릴 구체적 시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언제 진정될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매년 5월 9일 제2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을 무찌른 것을 기리는 승전 기념일 행사를 열어 왔다.
크렘린궁 앞 붉은광장에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전몰용사들을 기리는 대규모 거리행진인 '불멸의 연대' 행사가 전국적으로 진행돼 왔다.
특히 승전 75주년이 되는 올해 행사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의 외국 정상들을 대거 초청했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초청받았다.
하지만 지난달 말부터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전파하면서 모든 대중 행사들이 금지되고, 수도 모스크바시를 비롯한 대다수 지방정부들이 주민들에 대해 자가격리 조치를 취한 상태라 승전 기념일 행사 거행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제기돼 왔다.
러시아 하원 국방위원회 위원장 블라디미르 샤마노프는 전날 러시아 퇴역군인회가 푸틴 대통령에게 승전 행사 연기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샤마노프 위원장은 그러면서 2차 대전 종전 직후인 1945년 게오르기 쥬코프 원수의 지휘로 군사 퍼레이드가 진행된 6월 24일이나, 태평양 전쟁 종전 기념일인 9월 3일로 승전 행사가 연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이날 현재 2만7천938명이며 모스크바에서만 1만6천146명이 감염됐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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