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동원해 공공기관 둘러싼 채 경적 울리며 항의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의 거리 시위 문화를 바꾸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CNN방송이 보도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으로 인해 거리 행진과 대규모 야외 집회가 금지되자 시위대가 차량을 몰고 나와 항의 집회를 여는 사례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방송에 따르면 지난 10일 애리조나주 일로이에서는 불법 체류자 구금 조치에 반대하는 이민자 권리 옹호 단체가 차량 200대를 동원해 항의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열악한 구금 시설에 수용된 불법 체류자들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될 수 있다면서 구금 시설을 차량으로 에워쌌고, 경적을 울리며 불법 체류자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이민자 권리옹호 단체는 필라델피아 등 미국 곳곳의 불법 체류자 구금센터 인근에서 차량 시위를 이어가고 있으며, 경찰은 수백대의 차량에 주차위반 고지서를 붙이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또한, 지난 15일 미시간주 주도 랜싱에서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에 반발한 주민들의 차량 시위도 벌어졌다.
그레첸 휘트머 주지사가 친척 방문까지 규제하는 엄격한 재택 명령을 발동하자, 이에 화가 난 주민 수천 명이 차량으로 주의회 의사당을 둘러싸고 항의 집회에 나선 것이다.
주민들은 시위가 시작되자 차량에 "주지사의 권한 남용 반대", "우리는 포로가 아니다"라는 문구를 붙인 채 일제히 경적을 울렸다.
CNN은 미국뿐만 아니라 지난 7일 폴란드에서는 코로나19 경제 대책을 촉구하는 차량 시위가 있었고, 11일 브라질에서는 경제활동 재개를 요청하는 차량 시위가 벌어졌다면서 코로나19로 시위대가 "새로운 전술"을 도입했다고 분석했다.
데이비드 메이어 어바인캘리포니아대(UC Irvine) 사회학 교수는 코로나19 재택 명령으로 인해 많은 단체가 온라인 활동에 집중하고 있지만, 한계도 분명하다면서 "차량 시위는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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