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라는 실험이 진행되면서 IT업계도 새로운 도전에 맞닥뜨렸다.
주요 플랫폼 중 하나인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e학습터'의 경우 평균 동시접속자가 2019년 학기 중에는 100명 안팎이었지만, 온라인 개학 이후에는 수십만명으로 늘었다.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한순간에 사용자가 폭증하는 상황을 맞아 '유연한 확장성'을 최대 장점으로 내세우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실전형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네이버라는 내로라하는 IT 업체가 클라우드 지원에 나서면서 기대를 모으는 동시에 양사 간 자존심 싸움으로 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온라인 개학 첫날인 9일 MS의 클라우드 '애저'를 도입한 EBS 온라인 클래스가 문제를 일으키더니 14일부터는 네이버 클라우드를 쓰는 e학습터·위두랑도 오류를 뿜어내며 한때 의기양양하던 기세가 푹 꺾였다.
여러 문제가 드러났지만, 공통적인 오류 중 하나는 로그인이 잘 안 된다는 것이다. 한 번 로그인으로 여러 사이트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 이른바 싱글사인온(SSO) 서버에 과부하가 걸린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가령, 30명짜리 소극장에 어느 날 세계적인 스타가 공연하기로 해 1천500명분의 표를 미리 팔았다고 생각해보자.
무대를 넓히고 객석을 늘리는 작업은 며칠 밤을 새워 겨우 끝냈다. 그러나 표를 확인해 관람객을 들여보내는 부스는 여전히 소극장 수준이었다. 당연히 공연 당일 긴 줄이 생겼고 공들여 준비한 객석은 막이 오른 시점에도 다 채워지지 않았다.
MS의 경우 이번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EBS의 교육 플랫폼 'ESOF'를 위해 국내 협력 업체들과 함께 전담팀을 구성, 2주일 만에 서버를 1천500배 늘려 300만명이 동시 접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등 공을 들였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지면서 이런 노력이 빛바래고 만 셈이다.
일단 들여오기만 하면 IT 인프라를 한 방에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전가의 보도'처럼 홍보되던 클라우드 서비스도 매우 계획적이고 정교한 개발 및 시험 과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증명된 셈이다.
클라우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클라우드를 도입한다고 해도 EBS와 KERIS의 플랫폼 자체가 너무 낡았다"며 "지금은 단칸방을 수리해 전교생을 집어넣으라는 격"이라고 말했다.
ljungber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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