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의장·상파울루 주지사·대법원 배후로 언급…근거는 제시 안해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둘러싸고 수세에 몰린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자신을 축출하려는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17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자신과 가까운 의원들에게 호드리구 마이아 하원의장과 주앙 도리아 상파울루 주지사, 대법관 일부가 자신을 축출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첩보를 담은 문건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고 의원들에게 문건을 보여주지도 않았다.
특히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하원이 주 정부에 대한 코로나19 방역 예산 지원 계획을 승인한 것과 관련, 마이아 의장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전날 CNN과 인터뷰를 통해 마이아 의장이 하원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면서 "나를 정부에서 축출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하원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위기로 주 정부의 세수가 감소하는 점을 고려해 연방정부가 앞으로 6개월에 걸쳐 모두 800억 헤알(약 18조6천억 원)을 보전해주는 내용의 지원 계획을 승인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음모설을 제기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2018년 대선에서 자신이 1차 투표에서 승리할 수 있었으나 부정선거로 결선투표까지 갔다고 주장하면서도 증거를 보이라는 요구에는 입을 닫았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도 사회적 격리 문제로 논란이 벌어지자 "국민이 주지사와 시장들에게 속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이를 뒷받침할 근거는 끝내 제시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끊임없이 갈등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지지층의 결속력을 다지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정 정당에 속하지 않은 무소속 대통령이라는 한계를 극복하려는 정치적 셈법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9일 집권당 역할을 해온 사회자유당(PSL)을 탈당하고 '브라질을 위한 동맹(APB)'이라는 이름의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10월 지방선거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창당 작업이 늦어지면서 무산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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