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하더라도 인구 대비하면 수백만명에 1대꼴
"깨끗한 물·비누·산소 등 기초물자조차 없어 대재앙 우려"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아프리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증 환자 치료에 필요한 산소호흡기가 아예 없는 곳이 10개국에 달하는 등 의료 장비가 심각하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라 깨끗한 물과 비누, 산소 등 기본적 방역물자마저 충분치 않아 코로나19 확산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아프리카 전체 나라 중 41개국이 보유하고 있는 사용 가능한 산소호흡기는 총 2천 대가 되지 않는다고 세계보건기구(WHO)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 국가의 총인구수는 수억 명에 달한다.
인구 1천100만 명의 남수단에는 산소호흡기가 4대 밖에 없다. 비율상 한 대당 260만 명이 넘는다.
인구가 약 500만 명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리비아도 산소호흡기를 각각 3대, 6대씩만 가지고 있다. 리비아에선 그나마 그중 한 대는 미국 대사관 소유다.
산소호흡기가 아예 없는 국가도 10곳에 이른다.
일부 국가에선 당국이 의료체계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고자 보유한 산소호흡기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도 하다고 NYT는 전했다.
인구가 약 3억 명인 미국이 17만대 이상의 산소호흡기를 보유한 점과 비교하면 아프리카 전역의 의료장비 부족 문제가 심각한 실정이다.
NYT는 "아프리카 국민들은 코로나19 확산이 부실한 의료체계를 갖춘 국가에서 재앙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공포를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국가는 산소호흡기를 더 확보하려고 해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워낙 수요가 높아 선진국들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다.
유진 나그베 라이베리아 정보장관은 "우리는 이웃과 다른 큰 나라와 경쟁해야 한다"며 "구매 계약을 맺어도 실제로 공급받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한 공급자는 계약을 맺은 이후 돌연 가격을 당초 합의한 1만5천달러(약 1천800만원)에서 2만4천달러(약 2천900만원)로 인상했다고 전했다.
산소호흡기뿐 아니라 깨끗한 물과 비누 등 기초적 위생 물품 역시 부족한 곳이 많다.
2018년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집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사하라사막 이남 국가의 15%만 손을 씻기 위한 기초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2017년 리비아에선 깨끗한 물과 비누가 없는 가구가 전체의 무려 97%에 달했다.
이들 국가에선 전문 의료진과 전력, 산소 등 의료 시설을 운영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도 부족한 실정이다.
에티오피아 메켈의 한 병원에서 중환자 관리 전문의로 근무하는 키브롬 게브레셀라지는 "산소호흡기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전체의 3%뿐이지만, 20%가 중증 환자"라며 "전체 환자의 20%가 산소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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