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서 귀 아프다, 빨면 줄어든다" 문제 제기 이어져
"끊어지면 테이프로 붙여라" 답변…의료현장에는 방호품 부족 심각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격하게 확산하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거액을 들여 추진하는 천 마스크 배포 사업이 곳곳에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는 의료진은 방호 용품이 부족해 자비를 들여 대용품을 마련하는 상황인데 엉뚱한 곳에 예산을 낭비한다는 지적을 받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가 임신부를 위해 배포를 시작한 천 마스크 중 일부에 오염 물질이 묻어 있는 등 불량품이 발견됐다고 NHK가 1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달 17일까지 80개 시초손(市町村, 기초자치단체)에서 일본 정부가 제공한 임신부용 천 마스크 중 일부에 '오염물이 묻어 있다', '머리카락이나 먼지가 들어 있다'는 등의 보고가 이어졌다.
당국이 확인한 결과 1천900여장의 불량품이 발견됐다.
임신부를 위해 배포한 천 마스크는 여러 업체가 제조한 것이며 후생노동성은 제조업체에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으며 불량품을 새 제품으로 교환하도록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밀어붙여 '아베노마스크'(アベノマスク·아베의 마스크)라고 불리는 일본 정부의 천 마스크를 둘러싸고 감염 방지 효과에 대한 의문은 물론 사용의 편의성 등에 관해서도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요앙시설과 복지시설 등에서 먼저 마스크를 받은 이들은 '마스크가 작아서 말할 때 끈이 풀어진다', '귀가 아프다', '빨면 줄어든다'는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고 앞서 마이니치(每日)신문이 보도했다.
후생노동성은 19일 홈페이지에 올린 천 마스크와 관련한 질문과 답에서 천 마스크의 규격이 '세로 9.5㎝, 가로 13.5㎝의 시판품 성인용이며 입과 코를 덮기 위해 충분한 크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먼저 착용한 모습을 보면 천 마스크는 통상적인 일회용 마스크보다 상당히 작게 보인다.
한 일본 업체가 도쿄에서 판매한 여성 및 아동용 일회용 마스크의 규격이 세로 9.5㎝, 가로 14.5㎝이고 또 다른 업체가 도쿄에서 판매한 성인용 마스크(보통 사이즈) 규격이 세로 9.5㎝, 가로 17.5㎝인 점에 비춰보면 일본 정부가 배포하는 마스크의 크기는 여성이나 아동용에 가깝다.
후생노동성은 고무로 된 마스크 끈(귀에 거는 부분)이 끊어진 경우 테이프 끈 등으로 연결해 사용하라는 설명을 올리기도 했다.
일본 주요 언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압도적으로 많았음에도 천 마스크 배포 사업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朝日)신문은 갑자기 코로나19 환자 대응을 지시받아 자비로 의료용 고글 대신 쓸 안경을 구매하고 서류용 투명 파일을 잘라서 감염 방지용 안면 보호대를 만든 오사카(大阪)의 한 간호사 사례를 최근 소개했다.
이 간호사는 '선진국인데 왜 의료물자를 가장 필요한 곳에 보내지 못하는 것이냐'는 생각을 하고 있으며 일본 정부가 거액을 들여 마스크를 배포한다는 소식에 동료들 사이에 실망감이 확산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 정부는 17일부터 전국 모든 가구에 천 마스크 2장씩을 배포하기 시작했으며 이에 앞서 14일부터 임신부용 마스크를 약 50만장을 배포하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전 가구에 천 마스크를 배포하는 사업 비용으로 예산 466억엔(약 5천260억원)을 책정했다.
이 가운데 천 마스크 1억3천만장을 마련하는 비용이 338억엔(1장당 260엔)이고 나머지는 배송 및 포장 비용이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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