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의식이라도 남에게 피해 안돼"…라마단 금식 면역력 약화 논쟁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슬람의 양대 종파인 수니, 시아파의 지도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23일께 시작하는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에 단체 기도를 삼가라고 강하게 권고했다.
사우디의 최고 종교기관인 원로신학자위원회는 19일(현지시간) "세계 각국의 무슬림은 각국 보건 당국의 전염병 예방 조처를 지키면서 종교적 의무를 다하는 모범이 돼야 한다"라며 "거주하는 곳의 정부가 통행금지령을 시행한다면 라마단이라도 집에서 기도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어 "무슬림은 종교의식을 이어가야 한다"라면서도 "종교의식이 다른 이에게 해를 주면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사우디 원로신학자위원회의 수장이자 최고 종교지도자 셰이크 압둘아지즈 알셰이크는 17일 "라마단 기간 타라위와 이드 알피트르 예배는 전염병을 피하기 위해 집에서 행해야 한다"라는 종교 해석을 발표했다.
타라위는 라마단 한 달간 저녁 기도(이샤) 이후 추가로 하는 기도로, 통상 이슬람 사원(모스크 또는 마스지드)에 모여 쿠란(이슬람 경전)을 읽은 뒤 한 시간여간 행한다.
이드 알피트르는 라마단 종료를 기념하는 명절로 이날 모스크에서는 대규모 예배가 진행된다.
이란 정부도 라마단 기간 모스크에서 행하는 저녁 기도와 이프타르(라마단 기간 주간 금식을 마친 뒤 가족과 친지가 모여 먹는 저녁식사)를 삼가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19일 "올해는 라마단이라도 모여서 기도하거나 이프타르를 나누지 못하게 됐다"라며 "모스크와 영묘는 5월 초순까지 계속 문을 닫는다"라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라마단에 종교 재단이나 부유층이 이프타르를 무료로 배식하는 자카트(희사. 기부)도 금지할 방침이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종교·자선청도 이날 "라마단 타라위는 모스크가 아닌 집에서 각자 행할 수 있다"라고 발표했다.
이슬람권에서는 라마단에 행하는 주간 금식을 두고 올해는 예외를 둬야 한다는 여론도 제기되고 있다.
라마단 금식이 무슬림이 지켜야 할 5가지 의무(기둥) 중 하나지만 금식하면 면역력이 약해져 코로나19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수니파 이슬람의 최고 종교기관인 이집트 알아즈하르는 19일 "현재로선 물을 마시거나 입을 헹구는 게 코로나19의 예방책이라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라며 "전염병 예방을 이유로 무슬림이 라마단 금식을 피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해석했다.
라마단에는 주간에 식사는 물론 물을 마시거나 껌을 씹는 행위도 금지된다.
알아즈하르는 "라마단이라도 기도 전 세정(우두) 행위 때 위에 물이 들어가지 않는 정도로 지나치지 않게 입안을 약간 헹구는 것은 허용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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