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총장 고문 "일본, 과학이 정치에 종속돼 코로나대응 늦었다"

입력 2020-04-19 20:51   수정 2020-04-20 17:15

WHO총장 고문 "일본, 과학이 정치에 종속돼 코로나대응 늦었다"
시부야 킹스칼리지런던 교수 '정부 전문가회의 무능' 비판
"의료현장 혼란 우려한 검사축소 탓에 오히려 감염확산·의료붕괴"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선임고문인 시부야 겐지(澁谷健司)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KCL) 교수는 일본 전문가들이 권력에 예속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관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시부야 교수는 18일 보도된 일본 주간지 아에라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구성한 전문가 회의가 제 역할을 했느냐는 물음에 "과학이 정치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며 이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달 1일 회의가 열렸을 당시에 구성원들은 '도쿄는 감염 폭발의 초기 단계'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며 긴급사태 선언을 하라고 제언해야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외국에서 보이는 오버슈트(감염의 폭발적 증가)는 보이지 않는다'며 일본인의 긴장을 늦추는 견해를 섞어서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시부야 교수는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을 거론하고서 "그는 '나는 과학자이며 의사다. 단지 그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런 인물이 지금 (일본) 전문가 회의에는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문가 회의가 제 기능을 못 했고 긴급사태 선언이 "1주일간 늦었다"고 진단했다.

시부야 교수는 의료 현장의 혼란을 피하겠다며 대상자를 압축해 검사한 일본 보건 당국의 대응도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오히려 검사하지 않아서 시중 감염과 병원내 감염이 확산했으며 거기서부터 의료붕괴가 일어난 것"이라고
시부야 교수는 코로나19 양성인 사람들을 전원 입원하도록 한 것이 의료붕괴의 원인이며, 검사가 의료붕괴를 유발한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외출 자제와 밀폐·밀집·밀접 등 이른바 '3밀'의 조건을 피하라고 권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런 대응에 관해 시부야 교수는 "3밀이나 밤에 생기는 집단 감염을 피하면 좋다는 메시지는 역으로 '나는 관계없다'는 의식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 그 외에도 감염 경로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처럼 음식점을 열어 놓은 채로 재택근무도 진전하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면 감염 폭발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결국 록다운(도시봉쇄) 같은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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