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옹호 선동가들이 만든 '시위 조장' 페북 그룹에 총 20만명 동참
친 트럼프 인사들도 시위 독려중…공화 일각 우려에도 트럼프는 '두둔'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해 도입된 '셧다운' 조치에 반대하는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는 가운데 극우 성향의 총기옹호론자 3형제가 그 배후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시간) 위스콘신·오하이오·펜실베이니아·뉴욕주를 타깃으로 삼아 '자택격리 반대' 시위를 촉구하는 페이스북 그룹들이 '미네소타 총기권리'라는 단체의 정치국장인 벤 도어와 그의 형제인 크리스토퍼, 에런의 작품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날 현재 이들이 만든 페이스북 그룹들은 총 20만여 명의 가입자를 끌어모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그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해방하라"라는 트윗을 올려 사실상 셧다운 반대 시위를 부추긴 이후 급속도로 팽창하는 중이다.
WP에 따르면 벤 도어가 지난 15일 '과도한 격리에 반대하는 위스콘신 주민들'이라는 페이스북 그룹을 창설했고, 크리스토퍼는 '과도한 격리에 반대하는 펜실베이니아 주민들'과 '과도한 격리에 반대하는 오하이오 주민들'이라는 그룹을 만들었다. 막내동생 에런은 '과도한 격리에 반대하는 뉴욕 주민' 그룹의 창설자다.
위스콘신 그룹에는 9만7천여 명이 참여 중이고 펜실베이니아 그룹과 뉴욕 그룹에는 각각 6만3천여 명, 2만3천여 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오는 24일 위스콘신 주의사당에서 '드라이브인' 차량 시위를 예고했으며,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각한 뉴욕에 대해선 "앤드루 쿠오모(뉴욕 주지사)가 뉴욕의 경제를 죽음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어 형제는 아이오와, 미네소타, 뉴욕 등 여러 주에서 다수의 강경 성향 총기옹호단체를 운영 중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들이 만든 페이스북 그룹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독감에 비유하고, 백신을 개발 중인 과학자들의 의도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등 가짜뉴스의 '디지털 온상'이 되기도 한다.
도어 형제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운동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친(親) 트럼프' 인사들도 이러한 시위를 부추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시간주에서 시위를 이끄는 '미시간 보수연합'의 창설자는 전직 공화당 주의원과 그의 아내 메숀 매덕인데, 매덕은 현재 트럼프 재선캠프의 자문위원이자 '트럼프를 지지하는 여성' 연합의 저명인사라고 WP가 전했다.
친 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 앵커들은 최근 매덕을 방송 프로그램에 잇따라 출연시켜 "(시위를) 계속하라. 고맙다"라고 격려했다.
또 페이스북에 광고를 내 시위를 독려하는 '미시간 자유기금'의 대표 그레그 맥닐리는 트럼프 행정부 교육장관인 벳시 디보스 일가의 오랜 참모다. 그는 디보스 장관의 남편 딕 디보스가 2006년 미시간 주지사 선거에 출마했을 때 선대본부장을 지낸 바 있다.
이를 근거로 그레천 휘트머(민주) 미시간 주지사는 이 단체가 "디보스 가문의 돈을 많이 받고 있다"고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아직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이런 시위가 확산하는 데 대해 공화당 일각에서도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공화당 소속인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는 "시위를 부추기고 대통령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라고 사람들을 독려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사람들이 그렇게 느낀다면 시위를 해도 된다"면서 "일부 주지사들은 너무 나갔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어떤 일들은 그리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시위자들을 두둔하는 입장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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