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유가, 원유시장 제대로 반영 못해"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미국산 원유 선물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진 가운데 21일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제 유가의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승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5월물 선물가격이 마이너스로 기록한 것은 선물 만기를 하루 앞두고 발생한 '롤오버' 수요와 저장고 부족 등으로 실물 인도를 피하기 위해 발생한 수급적 이슈 때문이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차기 OPEC+(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 회의가 6월로 예정돼있어 6월 전 긴급회의가 열릴 가능성은 낮은 점 등을 이유로 6월물 WTI 선물도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도 "이번 WTI 가격 급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넘쳐나는 원유 재고와 저장능력 부족 우려 때문"이라며 "OPEC+ 감산 조치가 수요 감소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어 백 연구원은 "당분간 WTI 가격은 원유재고 소식에 약세를 지속하며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며 "6월물 만기가 도래하는 5월 20일에도 가격 급락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요 급감에 따른 원유 재고 폭증으로 미국의 경우 원유 재고 수준이 2주 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고 현 상황이 8∼9주 지속될 경우 원유 저장이 한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아무리 원유가 싸더라도 저장할 곳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질 공산이 높다는 점에서 비정상적 유가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여지가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현재 마이너스 유가가 실제 원유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반영하지는 못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황현수 신영증권[001720] 연구원은 "외견상 유가가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으로 보이나 이런 흐름은 실제 원유시장의 정확한 흐름과는 거리가 있다"며 "활황물인 6월물 WTI는 배럴당 2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글로벌 벤치마크 유종인 브렌트 또한 배럴당 2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WTI 6월물 가격이 배럴당 20달러 선을 유지하는 것은 글로벌 원유시장의 수급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하지는 않을 것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심수빈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여전히 코로나19로 인해 수요 개선 기대가 약한 만큼 상반기 내 저유가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최근 주요 산유국의 감산으로 증산 우려가 일부 해소됐고, 5월 중으로 주요 국가의 경제 재개가 기대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가 하락 압력은 점진적으로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앞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55.90달러, 약 305% 폭락한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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