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명문대 교수들 "코로나19 '한국식 대응 모델' 따라야"

입력 2020-04-21 20:26  

남아공 명문대 교수들 "코로나19 '한국식 대응 모델' 따라야"
"대량 검사·감염자 추적으로 보건·경제 모두 구할 수 있어"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 명문대 교수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서 한국을 모방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주목받고 있다.
알렉스 반덴 히버 교수(공공거버넌스) 등 비트바테르스란트대 교수진은 지난 18일(현지시간) 학술과 저널리즘을 결합한 온라인매체 '컨버세이션'에 '남아공은 한국을 따라가는 포스트 록다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여기에는 공공정책, 보건, 경영 등 전공을 달리하는 교수 8명이 참여했다.
이 글은 20일 남아공 24시간 보도채널 'eNCA' 등 여러 현지매체에 재게재됐고, 반덴 히버 교수는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한국 모델 따라하기'를 거듭 강조했다.
이들은 기고문에서 남아공이 이달 말까지인 35일간의 봉쇄령이 끝난 다음 어떤 전략을 취할지에 대해 상세히 논했다.
백신학 등 보건 전문가도 포함된 교수들은 남아공이 초기에 봉쇄령을 도입해 소중한 시간을 벌었지만 전국적 봉쇄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남아공 봉쇄령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이동제한 및 영업중지 규정 가운데 하나라는 평가를 받는다.
교수들은 한국식 대응 모델은 감염자가 아직 소규모로 통제 가능 수준일 때 유효한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20일 기준 남아공에서 12만1천510명이 검사를 받은 가운데 누적 확진자는 3천300명, 누적 사망자는 58명이다. 1천55명이 회복됐다.



지난 1월 중국 우한(武漢)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발병했을 때 남아공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가 주시만 하면서 별다른 대응조치를 안 했지만, 한국은 선제적으로 대응했다고 교수들은 평가했다.
한국의 선제 대응 배경에는 2015년 당시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발병 대처에 따른 학습 효과와 함께 정부의 대처에 호응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자발적으로 실천한 시민 등이 거론됐다.
교수들은 "우리는 한국 경험에 비춰 모델을 개발했다"면서 "남아공은 긴급하게 대량 검사와 감염자 접촉에 대한 추적 능력을 우선할 필요가 있으며, 이럴 때 국가 보건과 경제를 구할 수 있는 최상의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교수들이 한국 사례에서 주목한 점은 공세적으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면서 감염자들을 격리하고 접촉자를 추적·방역함으로써 경제의 상당 부분을 계속 개방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교수들은 지금까지 남아공 봉쇄전략이 주로 전염병학적 논리에 치중했다면서 반대급부로 경제적 손실이 막대함을 지적했다.
교수들은 봉쇄 조치만으로 코로나19 급증에 대응하려면 최장 6개월 이상인 192일간 봉쇄령을 이어가야 하며, 이 경우 남아공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해당하는 2조5천억 랜드(약 161조5천억원)가 감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식 대량검사가 봉쇄보다 훨씬 적은 비용이 든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하루에 1만7천명까지 검사하는 것을 연간 비용으로 계산해도 봉쇄 하루 비용의 0.4배에 불과하고, 남아공이 이달 말까지 목표로 하는 일일 3만6천명까지 검사 수를 올리더라도 봉쇄령 하루 비용의 0.8배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다만 남아공은 '공간적 아파르트헤이트'(흑인과 백인이 따로 사는 것)가 지속하고 다세대 가족이 많으며 국가 역량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점이 한국과 다르다고 교수들은 말했다.
이들은 "이런 리스크에도 남아공은 정기적 봉쇄 조치를 연장하는 전략을 취할 여유가 없다"며 "이번 봉쇄 조치가 끝나기 전 대량 검사와 접촉자 추적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박종대 주남아공 대사가 현지 언론에 출연해 한국 방역사례를 소개한 적은 있으나, 이번처럼 현지 전문가들이 나서 한국식 대응을 강조한 것은 이례적이다.


sungj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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