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규 확진자 두달 만에 '0'으로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지중해 연안의 중동국가 레바논에서 21일(현지시간) 생활고를 호소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레바논 매체 데일리스타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시위대 수백명이 이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순교자광장으로 차를 타고 모인 뒤 경제 위기와 관련해 정부를 규탄했다.
시위대는 대부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차에 탑승한 채 '싸우라'(아랍어로 혁명을 의미) 등의 구호를 외쳤고 레바논 국기를 유리창 밖으로 펼쳤다.
많은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했고 일부는 손에 장갑을 꼈다.
이들은 차를 타고 국회의원들이 여러 법안을 토론하고 있던 유네스코팰리스 건물 주변까지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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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에 참여한 젊은 여성 누르 씨(30)는 데일리스타와 인터뷰에서 "경제 상황을 더는 감당할 수 없다"며 "당국은 사람들을 돕기 위한 어떤 일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직장을 잃었다며 아직 다른 일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른 여성 리나 알아다위(34) 씨도 AFP에 "나라가 지금까지 어떤 일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곳(시위 현장)에 왔다"며 "코로나바이러스는 경제와 생활 여건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레바논에서는 지난해 10월 왓츠앱 등 메신저 프로그램의 세금 계획에 대한 반발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뒤 정국 혼란이 4개월 이상 이어졌다.
1975∼1990년 장기 내전을 거친 레바논은 막대한 국가부채뿐 아니라 실업률, 자국통화 가치의 하락 등으로 경제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코로나19 사태로 반정부 시위가 가라앉았지만, 앞으로 각종 제한 조치가 완화되면 시위가 다시 거세질 수 있다고 AFP는 내다봤다.
레바논에서 코로나19 확산세는 최근 꺾인 분위기다.
레바논 보건부는 21일 지난 24시간 동안 유전자 증폭검사(PCR)를 495건 실시했지만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레바논에서 지난 2월 21일 첫 코로나19 감염자가 발표된 뒤 일일 집계에서 신규 감염자가 없기는 처음이다.
레바논 내 누적 확진자는 677명이고 이들 중 21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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