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멕시코 국경 봉쇄로 유통 난항…합성마약 원료 수입도 막혀
술집 폐쇄 등으로 수요 줄기도…"봉쇄 완화하면 곧 회복" 전망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은 가운데 마약 산업 역시 충격을 피해 가지 못했다.
페루의 마약 원료 재배농부터 멕시코와 브라질의 마약 밀매조직, 미국과 유럽의 마약상까지 전 세계 마약업계도 여느 '합법 업계'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멕시코 마약 조직들은 최근 미국 시장으로 마약을 밀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약 조직 시날로아 카르텔의 조직원들은 로이터에 미국과 멕시코 사이의 육로 국경이 막히면서 유통이 힘들어졌다고 전했다.
통상적인 차량 밀수가 어려워지자 카르텔들은 지하 터널이나 드론을 이용하기도 한다.
미국 마약 단속 당국 관계자는 "밀수 전술이 바뀌었다"며 "(하늘) 위로 가거나 (땅) 아래로 간다"고 말했다.
멕시코 마약 조직들은 메스암페타민, 펜타닐과 같은 합성 마약도 제조해 유통하는데, 코로나19로 전 세계 교역에 차질이 생기면서 중국 등지에서 들여오는 원료 화학물질의 값도 껑충 뛰었다.
아울러 미국에서 비필수 매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위장 상점을 통한 마약 자금 세탁도 힘들어져 마약 수익금을 멕시코로 옮겨오는 일도 어려워졌다.
유럽 시장으로 가는 마약의 주요 관문인 브라질 산투스 항구에서도 지난달 적발된 마약의 양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7% 급감했다.
산투스 지역 경찰은 로이터에 마약 조직이 그들 나름의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고 표현했다.
유통에 차질이 생기자 마약 원료는 남아돌게 됐다.
코카인의 원료인 코카잎을 재배하는 페루 농업인들은 최근 마약 조직에 파는 코카잎 가격이 70% 급락했다고 말한다.
코카잎은 차나 약의 재료로도 쓰이지만, 상당수의 재배농들은 더 비싼 값을 받고 암시장에 코카인 원료로 내다 판다. 페루 당국은 전체 코카잎의 93%가 코카인 제조에 쓰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코로나19 이후 마약 거래가 위축되면서 코카잎의 수요도 줄고 전국 봉쇄령으로 거래도 어려워지자 재배농들은 정부에 넘쳐나는 코카잎의 구매를 요청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코카잎으로 약이나 음료를 만드는 페루 국영 코카 회사는 불법 마약 조직과 손잡았던 재배농과는 거래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마약 제조와 유통이 어려워지면서 미국 시장에선 마약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지만, 각국의 봉쇄령 속에 사람들의 외출이 줄고 술집 등이 문을 닫으면서 마약이 최종 고객을 찾아가는 일도 쉽지 않다.
프랑스 당국은 술집과 파티 장소가 폐쇄된 이후 오락성 약물 사용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마약상들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마약 대신 손 소독제나 마스크를 팔며 생계를 꾸리기도 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로이터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 당국이 하지 못했던 일을 해냈다"며 "바로 전 세계의 거대한 마약 산업을 하루아침에 둔화시키고, 마약산업 종사자들에게 어느 정도의 고통을 안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마약 산업의 위축은 일시적인 것일 뿐 봉쇄 조치가 완화하면 바로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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