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회피 목적 아니면 설립 이유 거의 없다'는 게 국세청 판단
(세종=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국세청이 부동산법인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조사에 나섰다.
다주택자에 대한 무거운 세금을 피하기 위해 부동산법인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1인주주(2천969개) 및 가족(3천785개) 소유 6천754개 부동산법인에 대한 전수 검증을 시작했다고 23일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들 법인 명의의 아파트는 모두 2만1천462개로, 현재 한 법인이 평균 3.2채의 아파트를 갖고 있다.
1인주주, 가족소유 부동산법인은 부동산 관련 세금 등의 회피 목적이 아니면 설립될 이유가 거의 없다는 게 국세청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법인 설립 과정에서 자녀 등에게 편법 증여가 이뤄졌는지, 고가 아파트 구입 자금의 출처와 형성 과정에서 정당하게 세금을 납부했는지, 부동산법인이 보유한 아파트를 매각할 때 법인세·주주 배당소득세 등을 성실하게 냈는지 등을 들여다본다.
우선 국세청은 고의적 탈루 혐의가 이미 확인된 27개 부동산법인 대표자 등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 법인은 자녀에게 고가 아파트를 증여(9건)하거나, 다주택자 투기 규제(5건)와 자금출처 조사(4건)를 피할 목적으로 설립된 것이다. 부동산 판매를 위한 기획부동산 법인(9건)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부동산법인의 대표와 가족은 물론, 부동산 구입에 회사자금을 편법으로 유용한 경우 해당 사업체까지 조사할 방침이다.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은 "차명계좌 이용, 이면계약서 작성 등 고의적 세금 포탈 사실이 확인되면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등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며 "다주택자 규제를 피하려고 부동산법인을 설립하는 경우 아파트 양도차익에 중과세율을 적용하는 등의 제도 개선 방안을 관계부처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1∼3월 개인이 법인에 양도하는 유형의 아파트 거래량은 1만3천142건으로 이미 작년 전체 거래의 73%에 이른다. 이 기간 새로 설립된 부동산법인 수(5천779건)도 이미 지난해(1만2천29건)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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