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확산 위험성 경고'에 트럼프 격앙, 당사자 연단호출 정정압박

입력 2020-04-23 08:36   수정 2020-04-23 15:00

'재확산 위험성 경고'에 트럼프 격앙, 당사자 연단호출 정정압박
'가짜뉴스' 몰아붙여…CDC국장 "더 나빠진다고는 안했지만 더 힘들 것이라고는 해"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동절기 재확산 가능성을 경고한 핵심 보건당국자의 인터뷰 발언이 잘못 인용됐다며 격앙, 자신이 보는 앞에서 당사자가 직접 공개적으로 정정하도록 '지시'했다.
"다가오는 겨울 우리나라에 대한 바이러스의 공격이 우리가 막 겪은 것보다 실제로 더 힘들 가능성이 있다"면서 독감과 코로나19의 동시 발병의 치명성을 우려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로버트 레드필드 국장의 전날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가 발단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이 시작하자마자 레드필드 국장의 발언이 잘못 인용됐다면서 해당 인터뷰 기사를 '가짜 뉴스'로 몰아붙였다.
이번 동절기에 코로나19가 재확산할 수 있으며 독감 시즌과 맞물려 현재 겪는 발병 곡선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자신의 경제 정상화 드라이브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국민의 불안감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에서인지 단단히 화가 난 듯한 모습이었다.
곧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잘못된 인용이었다고 설명하라는 취지로 레드필드 국장을 연단에 불러세웠다.
레드필드 국장은 "나는 내가 말하지 않은 것을 강조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이것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독감과 코로나19 발병을 동시에 겪게 되면 보다 힘들어지고 아마도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미국 국민들로 하여금 확산을 막기 위해 독감 주사를 맞으라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한 발언이었다고 덧붙였다.
발언의 기본 취지 자체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은 채 '고수', 트럼프 대통령의 '가짜뉴스' 주장과는 온도차를 드러낸 셈이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레드필드 국장을 '소환', 발언을 철회하도록 요구했다면서 그러나 레드필드 국장은 그의 발언이 제대로 인용됐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가 다시 찾아온다면 그것은 지금과 같지 않을 것"이라며 다시 발병할 수 있지만 진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레드필드 국장의 인터뷰 발언 보도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기자들 사이에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도 "CDC 국장의 코로나19 관련 발언은 가짜뉴스 CNN에 의해 완전히 잘못 인용됐다. 그는 성명을 낼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사자에게 잘못 보도된 내용을 바로잡는 기회를 준다는 취지로 레드필드 국장에게 정정을 주문했지만, 자신의 생각과 반하는 '소신발언'을 한 고위 당국자를 상대로 '공개 망신' 주거나 '발언 철회' 압력을 노골적으로 행사한 것으로도 비쳐지는 장면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조정관은 코로나19가 다시 찾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큰지를 묻는 트럼프 대통령의 질문에 재발병할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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