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예산에 기여 준비돼 있어…WHO는 독일의 필수 파트너"
"치료제·백신 개발 때 전 세계가 이용할 수 있어야"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3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상황과 관련, "우리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마지막 국면에 놓여 있지 않고 시작 국면에 있다"면서 공공생활 제한 완화 조치를 신중하게 해달라고 지방정부에 경고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연방하원 연설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성취한 것을 도박으로 날려 후퇴하도록 위험을 무릅쓰지 말아달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상황이 (경계를 풀도록) 현혹할 수 있다"면서 "우리는 극도로 심각한 시간을 경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2차 세계대전과 연방정부 수립 이후 경험하지 못했던 시험대에 놓여 있다"면서 "사회에서 연대와 응집력이 필요한 때"라고 주문했다.
2인 초과 접촉 금지 및 공공시설 운영 금지 등 공공생활 제한 조치를 실시 중인 독일은 연방정부와 연방 16개 주 정부 합의 아래 지난 20일부터 소규모 상점 문을 열 수 있도록 하고, 제한 조치가 풀리는 5월 4일부터 휴교령도 단계적으로 풀도록 했다.
그러나 일부 주 정부가 제한을 합의 수준 이상으로 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메르켈 총리는 접촉 제한 조치로 요양원에서 더 고독하고, 돌봐주는 사람의 부재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노인들을 언급하며 "80대, 90대는 국가를 건설하고 현재의 번영을 만들었다"고 이들의 존재의 중요성을 환기했다.
이어 메르켈 총리는 "유럽연합(EU) 내에서 협의가 세부적인 부분에서 이뤄지지 않았지만, 연대의 정신 속에서 우리가 EU 예산에 대한 기여를 상당히 높일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최근 EU 내에서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남부 유럽 국가를 지원하는 방안을 놓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대해 낙관론을 펼치며 독일이 기여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메르켈 총리는 최근 미국이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한 것과 관련해 "WHO는 없어서는 안 될 독일의 파트너이고 우리는 WHO의 임무를 지지한다"고 사실상 미국의 조치를 지적했다.
그는 "독일의 과학자들이 바이러스를 시급히 연구하고 있지만 국제적인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학은 국가가 아니라 인류를 위해 봉사한다"면서 "치료제나 백신이 만들어지고, 시험 되고, 사용을 위한 준비가 될 때 그것은 전 세계에 이용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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