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상조 거론하면서도 말리진 않아…충성파 주지사 '총대' 멨나
경제 조기가동 목표 이루면서 선긋기로 부담 탈피 '노림수' 관측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경제 조기정상화 드라이브를 걸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지아주(州)의 '24일 영업 재개'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인사들의 물밑 설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지아주의 결정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는 와중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정작 재개 일정 자체에 제동을 걸지는 않아 표정관리를 통한 '줄타기 행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기상조를 우려하는 대외적 메시지로 선긋기를 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강행을 방치, 경제 정상화 조기 착수 어젠다를 실행하는 효과를 거두면서도 여론의 부담 및 책임론에서는 벗어나기 위한 노림수가 깔린 게 아니냐는 것이다.
CNN방송은 코로나19 TF 멤버들이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의 경제 정상화 결정에 대한 관점을 바꾸도록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야 했다고 TF와 가까운 인사를 인용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TF 멤버들은 전날 백악관 브리핑 직전에 열린 회의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켐프 주지사의 경제활동 재개 결정과 관련해 TF 소속 의사들을 상대로 기자들의 질문이 나올 가능성에 대비해 논의했다고 한다.
조지아주는 24일부터 피트니스센터와 체육관, 볼링장, 이발소, 미용실, 네일숍, 마사지 치료소 등의 영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한 데 이어 27일부터는 극장과 식당에 대해서도 영업을 허용하기로 했다.
회의에서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과 TF의 다른 인사들은 브리핑에서 이 문제를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과 과학자들 간 의견 불일치로 인해 또다시 엇박자가 두드러질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한다.
파우치 소장은 이 자리에서 조지아주의 조기 정상화 결정과 관련, "나는 이를 공개적으로 옹호할 수 없다"고 분명히 했고, 다른 멤버들도 이와 관련한 대통령의 마음을 돌릴 필요가 있다는데 뜻을 같이 모았다는 것이다.
TF 멤버들은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조정관에게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벅스 조정관은 브리핑 직전 트럼프 대통령과 따로 만나 설득을 시도했다고 CNN이 전했다.
다행히도 트럼프 대통령은 브리핑에서 켐프 주지사의 결정에 대해 "너무 빠르다"며 강하게 반대한다고 언급, TF 멤버들이 안도했다고 한다.
브리핑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과 의료·보건 당국자 간에 빚어진 불협화음 양상을 피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딴 목소리'를 내지 않도록 TF인사들이 사전 정지 작업을 했다는 얘기다.
NBC방송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1일 코로나19 브리핑 때만 해도 조지아주의 조기 정상화 방침에 대한 질문을 받고 켐프 주지사를 '자신이 하는 일을 아는 유능한 사람'이라고 추켜세워놓고 경로를 뒤집었다고 전했다.
앞서 CNN도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지난 21일 밤 켐프 주지사에게 전화를 걸어 '24일 영업 재개 조치'에 대해 지지와 칭찬의 뜻을 표해놓고 입장을 번복했다고 보도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브리핑에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도 "그(켐프 주지사)는 그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해야 할 것"이라며 말리지는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켐프 주지사도 트럼프 대통령의 브리핑 후 강행 의사를 재확인했다.
표면적으로는 대통령과 여당 소속 주지사 간 갈등으로 비쳐질 수 있는 대목이지만, 켐프 주지사가 친(親)트럼프 충성파로 꼽혀왔다는 점에서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정상화 플랜 실행의 총대를 멘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공화당 주변에서도 시기상조론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국가적 셧다운 사태의 조기 해제에 몸이 단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가려운 곳을 긁어준 것 아니냐는 관측인 셈이다.
실제 친트럼프계 공화당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전날 밤 "조지아주가 영업 재개와 관련해 너무 빨리 너무 멀리 나가는 데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에 동의한다"며 조기 정상화에 반대 입장을 냈다.
파우치 소장도 브리핑에서 "내가 주지사에게 조언한다면 신중히 하라고 이야기할 것"이라며 재발병의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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