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실베이니아주 석유화학 공장 직원들, 숙식근무 자원해 맞교대 생산
"도울 수 있어 그저 기뻤다…의료진 수고에 감사" 마침내 가족 품으로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지난 3월 23일 27년 경력의 관리자 조 보이스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마커스 훅에 있는 공장에 출근 시간을 기록했다.
석유화학 공장 브라스켐이 그의 일터다. 동료 42명도 마찬가지로 같은 날 출근 시간을 기록했다.
그로부터 28일간 이들은 공장에서 먹고 자며 12시간 맞교대 근무로 마스크 원료인 폴리프로필렌을 만들었다. 의료용 마스크와 가운에 들어가는 부직포의 원료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다들 자원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자가 무섭게 늘어가던 시점에 의료장비의 수요가 폭증하자 너나 할 것 없이 '숙식 근무'를 자청한 것이다.
식구들을 보고 싶어도 출퇴근을 하는 과정에 서로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어 숙식 근무 말고는 도리가 없었다.
이렇게 28일을 꼬박 근무하면서 엄청난 양의 폴리프로필렌을 만들어냈다. 웨스트버지니아주의 공장에서 같은 방식으로 생산된 양까지 합쳐 4천만 파운드(1만8천t)에 달했다.
N95 방역용 마스크 5억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의료용 마스크만 만든다면 15억개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관리자 보이스는 WP에 "도울 수 있어서 그저 기뻤다"면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간호사와 의사들에게 고맙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해온 것, 그리고 계속해나가고 있는 것들에 대해 감사하고 싶다"며 코로나19 대응의 최전선에 선 의료진에 공을 돌렸다.
숙식 근무를 시작하면서 직원들은 칫솔과 면도기 같은 위생용품은 물론 TV나 게임기도 챙겨왔다. 공장 안에 갇히는 한 달간의 생활에 대비해서였다.
회사에 요청해 조리도구를 구매한 뒤 다 같이 식사를 해결했다. 설거지와 청소 등도 차례를 정해 나눠서 했다.
이렇게 지내다 보니 어느새 대가족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그러나 가족이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방문이 금지된 터라 직원 중 한명은 첫 손자의 탄생을 놓치기도 했다.
숙식 14일째가 되는 날 결국 가족들이 나섰다. 경찰의 호위를 받아 20여명의 가족이 차를 타고 공장 건물 옆을 지나가는 '드라이브 스루 상봉'을 한 것이다.
대화를 할 수 있을 만큼 가깝지는 않았다. 보이스는 "소리를 치고 손을 흔드는 게 거의 전부였는데 그걸로 충분했다"고 말했다.
마침내 일요일인 지난 19일 이들은 28일간의 '자발적 격리 근무'를 마무리하고 공장 문을 나섰다. 줄을 서서 한명씩 퇴근 시간을 입력하면서 이들은 환호하고 손뼉을 치며 서로를 격려했다.
이들의 헌신은 펜실베이니아주 지역방송 WPVI에 처음 보도된 뒤 주요 미 언론에 잇따라 보도됐다. WP는 "모든 분야의 미국인이 코로나19 대응에 각자의 방식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사례"라고 전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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