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확인하고 도장 찍으러 재택근무 중에 출근한다"
아베 "종이·날인 전제로 한 업무 관행 개선" 지시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재택근무를 확대하고 있으나 도장·서류 문화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재택근무를 촉진해야 할 담당 장관이 도장업계의 이익을 옹호하는 단체의 대표를 맡는 것도 논란을 일으키는 상황이다.
24일 아사히(朝日)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도쿄의 IT기업 '프리'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재택근무 실시 중이지만 회사에 나갈 필요가 있는 이유(복수 응답)에 관해 38.3%가 '거래처가 보낸 서류 확인·정리'라고 답했다.
22.5%는 '청구서 등의 우송', 22.2%는 '계약서 날인', 18.4%는 '행정기관에서 온 서류 확인', 17.1%는 '사내 서류 확인'이라고 반응했다.
종이 문서와 도장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관행이 재택근무에 걸림돌이 되는 상황인 셈이다.
코로나19 확산 등을 계기로 도장을 폐지하고 전자 서명이나 전자 인감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으나 관공서 등에 제출하는 서류는 여전히 도장을 찍어야 하는 사례가 많다.
이런 가운데 다케모토 나오카즈(竹本直一) 일본 과학기술담당상이 '일본의 인장제도·문화를 지키는 의원연맹' 회장을 맡은 것이 뒷말을 낳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재택근무를 장려하고 이를 위한 기술적 기반을 지원하는 데 앞장서야 할 장관이 도장 문화를 지키는 단체를 이끄는 셈이다.
실제로 21일 이 연맹이 도쿄에서 연 회의에서는 도장업계 측이 '이대로라면 도장 이탈이 심각해진다. 사활이 걸린 문제'라며 도장 사용이 줄어가는 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IT 담당 장관과 도장업계를 옹호하는 의원 연맹 회장이라는 역할 갈등이 논란이 되자 다케모토 장관은 24일 기자회견에서 "그만두라고 한다면 사직해도 상관없다"면서도 "도장 문화를 시대와 어떻게 공존시킬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민간 경제활동에서 종이나 날인을 전제로 한 업무 관행을 개선하도록 전면적으로 점검하면 좋겠다"며 22일 IT 종합전략본부 회의에서 각료들에게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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