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새 확진자 40% 증가…봉쇄 탓 음식·물·의료서비스 차단사태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아프리카에서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기아가 더욱 심각해진 가운데 의료물품 지원의 어려움으로 말라리아까지 다시 유행하면 삼중고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3일(현지시간) 전했다.
이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전체 13억 인구 중 2만5천명을 넘어섰으며, 사망자는 1천200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지난 한주 새 확진자가 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보고돼 아프리카 대륙이 이 감염증의 또 다른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존 응켄가송 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프리카 대륙 수십 개 국가의 검사능력은 "매우 제한된 상태"라고 말했다.
유엔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아프리카에서만 30만명 이상의 목숨을 위협하고 수천만 명을 빈곤 상태로 몰아넣을 것으로 추산했다.
아프리카 대부분 국가도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자 국경을 봉쇄하고 대규모 모임 금지와 학교 폐쇄 등의 조처를 했다.
현지 주민과 의사, 국제 구호단체 직원들은 이러한 봉쇄 조치가 역설적이게도 음식, 식수, 보건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차단한다고 말한다.
세네갈 수도 다카르의 거리에서 우유와 설탕 등을 파는 무사 디알로(22)는 "마치 우리가 무덤 속에 있는 것 같다"며 상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거리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유 말고는 나에게 먹을 것이 없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가 비참하게도 자신의 수입을 줄게 했다고 WP에 말했다.
세계식량계획(WFP)의 데이비드 비슬리 사무총장은 주로 아프리카와 중동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1억3천500만명이 이미 "기아 직전의 상황으로 향하고 있다"고 제시했다.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식량 불안정 상태를 촉발하면서 올해 연말에는 이 수치가 거의 2배에 달할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WFP는 식량 부족 여파가 예멘, 시리아, 콩고 민주공화국, 남수단, 나이지리아에서 극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나이지리아 사무소 대변인인 이사 사누시는 "코로나19보다 굶주림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가 쌀과 다른 필수품을 배부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뉴스로만 들었을 뿐 그런 것은 보지도 못했다"고 말한다고 그는 전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의 확산은 아프리카에서 깨끗한 물 확보도 어렵게 하고 있다.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 인근에선 군경이 자가 대피 명령을 강화했다. 그러나 빈곤계층의 수돗물 부족 현상은 일상적인 일이 됐다고 한다.
보건의료 종사자들은 코로나19로 시행된 여행 규제로 의료품 전달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코로나19보다 다른 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이를 얻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연장 선상에서 말라리아 퇴치 노력이 약해지면 또 다른 치명적인 전염병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WHO 보고서는 우려했다.
사하라 사막 이남에선 전체 말라리아 사망자의 94%가 발생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모기장을 비롯한 필요물품 전달 업무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올해 사망자 수는 2배 늘어날 수 있다.
WHO의 아프리카 담당 국장인 맛시디소 모에티는 "봉쇄 기간에도 필수적인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료구호단체인 국제의료행동연합(AIMA)의 긴급대응 프로그램 매니저인 니콜라스 물리는 일부에선 이미 미진한 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대륙 공항 중 약 3분의 2가 폐쇄된 가운데 의약품이 창고에 있어도 이것을 날라줄 항공기를 찾아내는 일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그는 "매일 이러한 싸움의 연속"이라고 WP에 말했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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