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정부에선 정부 관계자 불참…자문그룹 신뢰성 훼손 지적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도미닉 커밍스 영국 총리 수석 보좌관이 신종 코로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조언하는 과학자문그룹 회의에 여러 차례 참석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를 두고 보리스 존슨 총리의 '오른팔'이자 정부 실세로 불리는 커밍스 보좌관의 회의 참석으로 과학자문그룹의 정치적 독립성과 신뢰성이 손상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디언에 따르면 그는 총리실 소속 데이터 과학자인 벤 워너와 함께 지난달 23일 열린 정부의 비상사태 과학자문그룹(Sage) 회의에 참석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이날 회의 직후 슈퍼마켓, 약국 등 필수 영업장을 제외한 모든 가게의 영업을 중단하고 불필요한 이동을 제한하는 봉쇄 정책을 발표했다.
커밍스 보좌관은 이날 회의 외에도 2월 이후 여러 차례 이 자문그룹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정부 최고과학보좌관인 패트릭 발란스 경이 주재하는 과학자문그룹은 저명한 의학·과학 전문가로 구성된다.
자문그룹의 구성원은 기본적으로 공개되지 않으며 내각에 전하는 조언 역시 대중에는 공표되지 않는다.
영국 정부는 그동안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중요 결정을 내릴 때마다 '과학적 조언'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럽 다른 국가에 비해 봉쇄조치를 1∼2주 늦게 도입하는 등 코로나19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가디언은 커밍스 보좌관의 회의 참석으로 자문그룹의 과학적 조언이 과연 독립적이었는지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 최고과학보좌관 데이비드 킹 경은 커밍스 보좌관의 자문그룹 회의 참석에 매우 충격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적 조언을 제공해야 한다면 이는 어떤 정치적 편향에서도 자유로워야 한다"며 "그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최고과학보좌관을 맡았을 때는 정책 보좌관이 회의에 참석한 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직전 테리사 메이 총리 당시 사실상의 부총리 역할을 맡았던 데이비드 리딩턴 전 국무조정실장 역시 메이 총리 시절에는 각료나 보좌관이 자문그룹 회의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논란이 불거지자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전문가 참석자들은 어떤 전문지식이 필요하냐에 따라 회의마다 달라진다"며 "정부 부처 대표나 총리실 관계자 역시 (자문그룹 회의에) 참석한다"라고 해명했다.
또 추가 성명에서 "자문그룹은 독립적인 과학적 조언을 정부에 제공하고 정책 보좌관은 여기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서 "이번 위기 속에서 이번처럼 터무니없는 얘기를 보도하는 탓에 언론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무너졌다"라고 비판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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