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들도 가세…탄핵 추진 요구서 제출도 잇따라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에서 권력형 부패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반부패 상징'으로 꼽히는 세르지우 모루 법무부 장관이 사임한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주장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모루 장관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연방경찰의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하려 했다며 대통령의 직권 남용을 사임 이유로 들었고, 이를 두고 탄핵 사유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라는 주장이 잇따르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고 브라질 주요 언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퇴진 주장에 전직 대통령들도 가세했다.
중도 성향의 브라질사회민주당(PSDB) 소속 페르난두 엔히키 카르도주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을 통해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이 추진되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치러야 한다면서 "쫓겨나기 전에 자진해서 사임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카르도주 전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미 수렁에 빠졌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도 버거운 상황에서 탄핵 때문에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도록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좌파 노동자당(PT)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은 의회를 향해 보우소나루 탄핵 추진을 주장했다.
지난 23일 라디오 방송과 SNS를 통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을 더는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퇴진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 데서 수위를 더 높였다.
이밖에 미셰우 테메르 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브라질이 사상 최악의 위기 상황 때문에 후퇴하고 있다"고 밝혔고, 페르난두 콜로르 지 멜루 전 대통령은 "모루 전 장관의 발언으로 정부가 매우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게 됐으며 정국이 극도로 불투명해졌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6년 탄핵으로 물러난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은 모루 전 장관이 연방판사 시절 부패 수사를 통해 룰라 전 대통령을 수감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모루 전 장관 두 사람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전날에만 2건의 탄핵 추진 요구서가 호드리구 마이아 하원의장에게 제출됐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구서는 30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헌법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를 시작할 것인지 여부는 하원의장의 결정에 달렸다.
앞서 세우수 지 멜루 선임 대법관은 마이아 의장에게 열흘 안에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한 상태다.
한편, 모루 전 장관 사임과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는 2022년 대선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극우 세력을 포함해 우파진영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 외에 인물이 없었으나 모루 전 장관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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