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도 '부정적' 그대로…EU·ECB의 재정 지원 의지 고려한듯
그리스도 'BB-' 등급 유지…전망은 '긍정적'→'안정적' 하향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대 피해국 가운데 하나인 이탈리아가 미국계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평가에서 투자 부적격 등급으로의 강등을 피했다.
26일(이하 현지시간)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S&P는 24일 이탈리아 신용등급을 'BBB'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투자부적격에서 단 두 단계 높은 것이다.
기존의 '부정적' 전망도 그대로다. 정부 부채 상황이 악화하면 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S&P의 신용등급 평가 결과는 코로나19 여파로 이탈리아의 재정적자와 국가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팽배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앞서 이탈리아 정부는 올해 국가 부채와 재정적자 목표를 국내총생산(GDP)의 155.7%, 10.4%로 각각 설정한 '경제·재정 계획'을 승인했다. 작년 134.8%, 1.6% 대비 크게 상승한 수치다.
경제·재정 계획상으론 국가 부채는 2차 세계대전 이래, 재정적자는 1991년 이래 30년 만에 최악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를 막고자 지난달 250억 유로의 부양책을 내놨으며, 조만간 500억 유로 규모의 2차 부양책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그렇지 않아도 세계적으로 악명높은 부채·재정 여건이 더 악화할 것이라는 게 명약관화한 상황이다.
S&P는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개국)에서 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그리스에 대해선 현재의 신용등급 BB-를 유지하면서 전망은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BB-는 투자적격 등급 아래에서 세 번째 단계에 해당하는 것이다.
2010년 채무 위기의 늪에 빠진 그리스는 IMF(국제통화기금) 등으로부터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을 받고서 간신히 회생의 길로 들어섰으나 코로나19 사태로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다.
S&P가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 취약국가의 신용등급을 내리지 않은 것은 유럽연합(EU)과 유럽중앙은행(ECB) 등의 강력한 지원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U는 최근 회원국의 급격한 경기 하강을 막고자 5천400억 유로 규모의 지원을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또 회원국의 신용등급 하락을 우려한 ECB는 역내 시중 은행에 자금을 대출해주면서 받는 담보에 투기등급 채권(정크본드)도 내년 9월까지 한시적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S&P는 ECB의 재정 지원에 따라 이탈리아의 국가 채무가 0%에 가까운 실질 이자율로 재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코로나19에 따라 올해 새로 발행된 이탈리아 국채 대부분을 ECB가 매입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S&P는 다만, 유로존 차원의 지원책이 불충분한 것으로 판명나면서 융자 조건이 급격히 악화할 경우 이탈리아의 신용등급 강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S&P 외에 미국계 무디스와 캐나다 DBRS는 내달 8일, 피치는 오는 7월 10일 이탈리아의 신용등급 평가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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