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만명 수감' 중남미 교도소서 코로나19 대규모 확산 우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중남미 각국 교도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과밀 상태인 데다 재소자 통제가 힘들기로 악명이 높은 중남미 내 교도소가 코로나19 확산의 온상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지금까지 중남미 각국에서 교도소 재소자와 교도관 등 총 1천400명가량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
페루의 상황이 가장 심각해 총 613명이 감염됐고, 최소 13명이 사망했다.
칠레 수도 산티아고의 푸엔테알토 교도소에선 중남미 단일 교도소 중 가장 많은 300명 이상의 감염자가 나왔다.
1천100명이 수용된 이 교도소에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준수하기가 힘든 상황이라 재소자들이 감염 공포에 떨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교도소 간호사 히메나 그라니포는 "모두가 모두와 접촉했다"고 말했다.
1천400명이라는 확진자 숫자도 공식 집계일 뿐, 확인되지 않은 감염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당국의 검사 건수에 따라 감염자 수도 달라지는 상황이다.
도미니카공화국은 라빅토리아 교도소의 수감자 5천500여 명을 검사한 결과 이중 239명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푸에르토리코는 전국 교도소에 수감된 9천 명가량의 재소자와 6천 명의 직원에 대해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중남미 교도소에는 총 150만 명의 재소자가 수감돼 있는데 대부분 교도소가 과포화 상태인 데다 예산 부족으로 시설도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감된 폭력조직원들이 교도소 내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교도관들이 죄수들과 결탁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전반적으로 수감자 통제가 엄격히 이뤄지지 않는 곳이 많고 위생 상태도 좋지 않아 코로나19 집단 감염에 취약하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언제 감염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면회 금지 등 교도소의 조치에 대한 불만으로 재소자들이 동요하면서 브라질, 칠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에서 교도소 폭동이나 대규모 탈옥이 잇따랐다. 콜롬비아에선 폭동으로 23명이 숨지기도 했다.
유엔이나 국제 인권단체 등은 중남미 각국 정부에 교도소의 재소자 보호 조치를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칠레, 콜롬비아 등 일부 국가들은 비교적 죄질이 가벼운 재소자들을 석방하기도 했다.
또 아르헨티나는 재소자들에게 가족 등과의 화상통화를 허용하는 등 남은 재소자들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한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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