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책임론 또 제기…경제 재개 위한 검사지침도 제시
'살균제 인체 삽입' 발언 논란 지적하자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다" 발뺌
더힐·NYT "코로나 브리핑과 다를 바 없는 자화자찬 기자회견"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권혜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중국 책임론'을 또다시 제기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기 전에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는 (중국에 대해) 매우 심각한 조사를 하고 있다"면서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은 많이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서 진단 검사가 불충분해 경제 정상화를 추진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지적을 의식한 듯 "우리는 빠른 속도로 역량을 확대하고 있으며 (경제) 재개를 시작할 수 있는 충분한 검사를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나라를 열기를 원하며 이에 있어서 검사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검사 능력 부족에 대한 우려를 일축한 뒤 "사실, 그것(검사 역량)은 우리가 가진 가장 위대한 자산 중 하나"라고 자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경제 활동 재개를 위해 주 정부가 갖춰야 할 검사 역량에 관한 새 지침을 제시했다.
그는 "오늘 우리는 단계적이고 매우 안전한 재개를 위한 계획을 수립하는 주들에게 정보를 주기 위해 검사에 대한 지침을 발표한다"며 이 청사진은 주 정부가 어떻게 역량을 높이고 검사 횟수를 늘리며 발병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는지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태스크포스(TF)의 데비 벅스 조정관은 지침과 관련, 경제 활동 재개를 위해서는 각 주 정부가 강력한 진단 검사 계획, 적시 모니터링 시스템, 신속한 대응 프로그램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주 정부들은 경제 재개에 앞서 충분한 검사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연방 정부가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고 요청해왔다.
이와 관련, 백악관 한 관계자는 정부가 50개 주에 주민들의 최소한 2%를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하기에 충분한 장비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아직 트럼프 대통령이 관련 내용을 발표하기 전이라며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백악관이 진단 검사의 책임을 좀 더 민간 영역 쪽에 지우려는 새로운 계획을 추진 중이라면서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월마트, CVS, 월그린 등 의약품 유통업체 대표들과 만난 사실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기자회견서 이들 업체가 매장 내 주차장을 이용해 진단 검사를 지원키로 한 사실을 발표하며 관련 업체 대표들을 공개적으로 칭찬했으나 실제 이들 기업이 운영한 검사 장소는 70여곳에 불과해 트럼프 대통령이 '오버'해서 발표한다는 비난 여론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들 업체 대표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전 진단 검사를 확대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CVS는 검사 장소를 전국 1천여개 매장으로 확대하고, 월그린은 일주일에 5만명씩 검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유통업체가 지원사격에 나서면서 검사 역량은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이날 기자회견과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주 정부들이 경제 재개를 위해선 광범위한 검사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해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검사 역량을 늘리기 위한 청사진이라고 부르는 것을 발표해 응답했다"면서도 백악관이 검사 계획과 신속 대응 프로그램을 개발할 책임은 주들에 맡겼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일정이 잡혔다가 한차례 취소되는 등 백악관의 오락가락 행보 속에 열렸다.
백악관은 당초 이날 오후 5시 브리핑룸에서 열 예정이었던 코로나19 TF 브리핑을 취소한다고 오전에 공지하면서 대신 오후 4시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업계 경영자들과 면담할 때 언론과 접촉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러다가 백악관은 오후 들어 원래 브리핑 시간이었던 오후 5시에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한다고 재공지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유분방한 행동이 재선 유세에서는 약효를 발휘해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지만 백악관 TF 브리핑에선 취약점으로 손꼽혔기 때문이라고 AP통신은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백악관 TF 브리핑에서 '살균제 인체 주입' 발언을 했다가 거센 비난을 받은 뒤 24일 브리핑에선 질의응답 없이 22분 만에 퇴장했고, 주말 브리핑은 생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살균제 인체 주입 발언의 위험성 지적에 대해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변명했다.
그는 자신의 발언으로 살균제 주입을 시도해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사례가 있을지도 모르다는 지적에 "왜들 그러는지 상상도 못하겠다"고 말했다. 또 발언에 대한 책임을 지겠느냐는 물음에도 "아니다. 책임 안진다"고 답했다.
지난 브리핑에서 이 발언으로 엄청난 후폭풍이 일자 트윗을 통해 언론을 맹공하며 잘못을 언론에 돌렸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도 트위터에 "국가적 비상사태, 보이지 않는 적을 맞은 가운데에서조차 이렇게 악랄하고 적대적인 변변찮은 주류언론은 우리나라 역사상 일찍이 없었다"며 언론 맹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한편 이날 로즈가든서 1시간가량 진행된 기자회견은 장소만 바뀌었을 뿐 백악관 TF 브리핑과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 미 언론들의 평가다.
미 의회전문매체인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현 정부의 성과에 대한 자랑으로 시작해 보건 분야 기업 임원들을 줄줄이 소개하고 이들이 진단검사를 확대하기로 했다는 자랑으로 기자회견을 이어갔다"며 이같이 평했다.
또한 기자회견 시간의 절반을 경제 재개방을 위한 노력과 미국인이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는 데 할애하고,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과 브렛 지로어 보건복지부(HHS) 보건 차관보 등 평소 백악관 TF 브리핑에 배석한 인사들이 그대로 참석했다는 점에서도 다를 바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역할도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훌륭히 직무를 수행하는지에 대해 몇마디 말을 하는 데 그쳤다고 덧붙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논란이 되거나 자신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발언을 피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틀 전 코로나19 브리핑에 대해 "시간과 노력을 들일 가치가 없다"고 트위터를 날리더니 이날도 또 코로나19 브리핑을 이어갔다고 비판했다.
백악관이 코로나19 브리핑이 아닌, '기자회견'이라고 했지만 자화자찬하는 내용은 다를 바 없었다는 지적이다.
NYT는 "로즈가든에 설치된 카메라들의 유혹에 저항하기 힘들었던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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