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막으니 투기자금 갈 곳 없어…5~10년 투자한다면 찬성"
윤석현 금감원장, 취임 2주년 서면 기자간담회서 우려 표명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이른바 '동학개미'나 원유선물 상장지수증권(ETN) 등으로 상징되는 저금리 유동자금이 금융 시스템상에서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단기투자로 가면 롱런(장기) 관점에서 성공할 수가 없다. 일부는 돈을 벌 수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5~10년 장기로 가겠다고 하면 그건 찬성"이라고 부연했다.
윤 원장은 취임 2주년(5월 8일)에 앞서 28일 진행한 서면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락한 한국 증시를 사들인 동학개미군단에 대해 우려를 담아 이같이 말했다.
윤 원장은 "저금리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을 차단하니' 동학 개미'나 원유선물 상장지수증권(ETN) 등으로 향하는 것 아닌가 싶다. 이런 자금이 (금융)시스템 리스크화 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금융사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윤 원장은 "금융사들이 중수익·중위험 상품을 만들어 (고객들의 이런 요구를) 중화시켜줘야 하는데 금융투자회사는 그런 걸 못하고 은행은 이런 상품을 그대로 팔면서 불완전판매에 휘말려 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대규모 원금 손실로 물의를 일으킨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도 연동된 발언이다.
그는 "최근 저성장·저금리 상황에서 고수익·고위험 추구 경향이 널리 퍼져 있다"면서 "이런 시기에 한국의 금융은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그 패러다임을 반드시 바꾸고 싶었다"고 말했다.
DLF 사태에 연루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은행장을 중징계한 데 대해선 "DLF 사태가 저에게도 최대의 고비였다"면서도 "다만 시계를 몇 달 전으로 돌려도 제 의사결정은 같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일부 소비자들이 고수익·고위험 상품을 원할 수는 있지만 이런 상품을 일반화시켜 판매해선 곤란하다"면서 "또 어떤 금융회사가 이런 상품을 광범위하게 판매했다면 메시지는 줘야 한다. 해외에선 훨씬 더 과중한 제재가 나간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시장에 대해선 "대체로 괜찮다. 선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방은행과 저축은행을 예의주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금융사의 연체율 변화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다"면서 "다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은행의 자본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마지막 보루는 그래도 은행 아니겠냐"면서 "상황이 언제까지 갈지 모르므로 배당이나 장기 성과금을 최대한 내부 유보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분쟁 조정과 관련해선 "기업을 살리는 것이 주주 가치에 반한다는 은행 측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은행에 더 강하게 얘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솔직히 이제 금감원이 할 일은 거의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산업은행이 구조조정에 너무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데 대해선 "구조조정은 시장에 맡기고 산은은 혁신 등 미래산업 지원을 돌보는 것이 맞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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