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대한 승리 부각한 옛 소련 기념일…쿠릴 4개섬 분쟁 영향 촉각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러시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다음 달 예정됐던 2차 세계대전 승전 75주년 기념행사를 9월로 연기할 가능성이 부상하자 일본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러시아가 올해 승전기념행사를 9월 3일에 개최한다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참석할 수 없다는 뜻을 러시아 측에 전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2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이런 반응은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을 둘러싼 러시아와 일본의 분쟁 및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차 대전 종결일을 9월 2일에서 9월 3일로 변경하는 법안에 이달 24일 서명한 것과 관련이 있다.
9월 3일은 옛 소련 시절 '군국주의 일본에 대한 전승기념일'로 기려 온 날이다.
소련 붕괴 후 러시아 내부에서 9월 3일을 부활시키자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일본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이뤄지지 않았고 2010년부터 9월 2일을 기념일로 삼았다.
이번에 러시아가 종전 기념일을 9월 2일에서 9월 3일로 변경한 것은 실질적으로 대일전승기념일을 부활시킨 것이라고 아사히는 평가했다.
아울러 전쟁에서 승리한 결과 쿠릴 4개 섬이 자국 영토가 됐음을 인정하라고 일본에 요구해 온 러시아가 승전국으로서의 입장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승전 기념행사가 9월 3일에 개최되는 것에 관해 " 북방영토 점유를 정당화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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