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좁은 공간에 입소자들 다닥다닥 붙어지내…감염자 160여명"
미 해군 구축함 키드에서는 코로나 확진자 64명으로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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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요양원에서만 1만명이 숨졌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요양원 코로나19 무더기 사망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매사추세츠주(州)의 한 보훈요양원에서 68명이 코로나19에 걸려 숨지면서 관계 당국이 원인 조사에 나섰다.
AP통신은 28일(현지시간) 홀리오크 보훈요양원에서 입소자 68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으며, 다른 입소자 82명과 직원 8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조안 밀러는 일손이 달려 직원들이 한 병동에서 다른 병동으로 자주 옮겨 다녔고, 그 과정에서 병균이 옮았을 것이라며 수년간 이어져 온 인력 부족 문제가 바이러스를 들불처럼 번지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밀러는 어느 순간부터는 병동을 폐쇄할 수밖에 없어 비좁은 공간에 입소자들이 다닥다닥 붙어 지내야 했다며 "누가 (코로나19) 양성이고, 누가 음성인지 알 수 없었고 나중에는 입소자들을 그룹별로 묶어놔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요양원에 모시던 아버지를 여읜 베스 라푸엥트는 아버지의 룸메이트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아버지는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라푸엥트는 코로나19 확산이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도 요양원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했다며 "매일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돼 가고 있느냐'고 물었지만, 그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찰리 베이커 주지사는 이번 사태를 조사하기 위해 외부 변호사를 고용했으며, 모라 힐리 매사추세츠주 검사도 해당 시설에 법적 조치가 필요한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미국 요양원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사망자 공식 통계는 없지만, AP는 보건당국 발표 등을 바탕으로 최소 1만3천762명이 숨졌다고 추정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 22일 기준 미국에서 최소 1만700명이 장기요양 시설에서 숨졌다고 집계했다.
한편, 태평양 해상에서 마약퇴치 임무를 수행하던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미 구축함 키드(Kidd)에서는 감염자가 이날 현재 64명까지 늘어났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미 해군은 키드 승조원 350여명 중 63%가 검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키드는 해상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한 두 번째 미 해군 함정으로, 앞서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에서도 코로나19가 번져 5천명에 달하는 승조원 중 900명 이상이 양성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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