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목표 시간표 제시…머크, 고령자·어린이용 등 복수 프로젝트 추진
영국 연구진도 가을께 임상 완료 목표…전문가 "곧 출시될지는 회의적"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화이자 등 세계적 제약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경쟁에 합류하며 개발 시간표가 빨라지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최고경영자(CEO)는 28일(미국동부 현지시간) 컨퍼런스콜을 통해 독일 바이오엔테크, 중국 푸싱약업(復星藥業)과 공동 개발하는 코로나19 백신 후보의 미국 내 임상시험을 이르면 다음주에 시작한다고 밝혔다.
바이오엔테크는 자체 아르엔에이(RNA) 기술을 바탕으로 백신을 설계했다.
회사는 먼저 독일에서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 미국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히면서 오는 9월께 임상시험을 시작해 내년 초에는 응급용으로 사용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미국의 백신 '강자' 머크도 다양한 수요를 고려해 후보 백신 3개를 놓고 관련 기업과 공동개발 논의를 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영국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프랑스의 사노피 파스퇴르도 올해 중반에 백신 임상시험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화이자의 불라 CEO는 초기 임상시험의 결과는 이르면 다음달에 나올 것이며, 후속 임상시험까지 성공한다면 "가을"까지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해 응급용 백신 공급을 시작하고, 연말까지 일반 사용을 위한 허가를 받을 수 있으리라고 전망했다.
거대 제약사는 아니지만 중국과 미국에 이어 영국에서 임상시험을 시작한 옥스퍼드대 제너연구소도 빠르면 "9월"에 긴급용 백신 공급이 나올 수 있으리라고 내다봤다.
제너연구소의 에이드리언 힐 소장은 "목표로 잡은 시간표는 그렇다"며, "힘들겠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말했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7일 전했다.
화이자나 옥스퍼드 연구진은 바이러스 규명부터 백신 일반 공급 개시까지 과정을 1년에 해치우겠다는 시간표를 제시한 것이다.
이는 과거 일반적인 백신 개발 시간표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속도다.
2013년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후보 백신이 전(前)임상시험 단계부터 출시까지 과정을 완료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10.7년이고, 성공률은 6%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백신에는 전 세계 관련 연구진과 보건당국, 비영리단체가 역량과 자금을 쏟아붓고 있어 전례 없는 속도로 백신이 개발되리라는 기대가 커졌다.
백신 개발 기술도 최근 크게 발전했다.
현재까지 보건당국으로부터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은 코로나19 백신 프로젝트는 중국, 미국, 영국, 캐나다에서 총 11건이다.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5억달러(약 6천100억원)를 투자하고, 양산 역량을 확충하는 데 추가로 1억5천만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머크의 켄 프레이지어 CEO는 이날 "코로나19에 매우 취약한 고령자에게 필요한 백신과 건강한 어린이용은 다를 수 있다"며, 여러 개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 애틀랜타 소재 에머리백신연구소의 월터 오런스틴 소장은 "병원체가 규명된 후 1년∼1년반 만에 개발된 백신은 들어보지 못했다"면서도 "백신 개발에는 통상 여러 해가 걸리는데 이번에는 사람이 아주, 아주 빨리 움직이고 있다"고 WSJ에 말했다.
외부 전문가들은 그러나 아무리 개발이 빠르게 진행된다고 해도 효과 좋고 안전한 백신이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각을 보였다.
오런스틴 소장은 안전성과 유효성 확인에 필요한 모든 시험 과정을 고려할 때 백신이 곧 출시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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