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등 '병원외 사망'까지 포함해 인구대비 미국의 4배
"잘 비치기보다 방역이 우선…축소보다 과다집계 선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벨기에의 통계 작성법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치명률이 높게 나타나 국제사회에서 저평가를 받을 수도 있으나 벨기에는 축소보다 과다집계가 종국에 이롭다는 입장이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9일 현재 벨기에에서 전체 확진자 가운데 사망자가 차지하는 비율인 치명률은 무려 15.5%에 달한다.
특히 벨기에의 인구 100만명당 사망자 수는 633명으로 코로나19의 진원인 중국보다 높고, 최악 피해를 겪는 미국의 약 4배에 달한다.
이처럼 부정적인 통계는 벨기에가 병원 밖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사망자까지 포괄적으로 집계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벨기에 관리들은 요양원 내 의심 환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모두 코로나19 사망자 총계에 포함한다.
벨기에 내 노인요양시설에서 발생한 사망자의 약 95%는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당국은 나타난 증세와 접촉한 사람들을 토대로 코로나19 사망자를 결정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발병 상황을 더 명확하게 파악해 주요 감염지를 공략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다만 이러한 방식이 '과다 집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통계를 잣대로 삼아 특정 국가의 보건정책이나 위기 대응력이 얼마나 양호한지 따지고 체제 우열까지 가리는 시각이 있는 까닭에 어리석은 접근법이라는 비판이 일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벨기에 정부는 과소 측정보다는 차라리 과대 측정을 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피 윌메스 벨기에 총리는 "사망자 수치가 과대평가 됐다 하더라도 우리 정부는 완전한 투명성을 선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스테번 판 휘흐트 공공보건연구소 감염병 분과장도 "우리는 '벨기에를 더 나쁘게 보이도록 만든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사실은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면서 "벨기에를 다른 여러 나라들과 비교하려면 기본적으로 우리 수치를 반으로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휘흐트는 이어 "감시 체계가 잘 갖춰져야 감염 신고도 늘어난다"면서 "더 걱정해야 할 것은 감염 사례를 보고하지 않거나, 아주 적은 숫자로 보고하는 나라들"이라고 일축했다.
유럽에서는 취약 계층이 거주하는 요양원의 바이러스 확산 실태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앞서 벨기에 당국은 일반적으로 병원 외 사망자의 숫자는 전체 사망자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고 밝혔는데, 이를 유럽 전체로 확대할 경우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현재 공식 사망자 수인 12만6천여명보다 훨씬 많아질 수 있다.
실제로 프랑스에서 이달 초 발표한 요양원 내 사망자 수는 병원 사망자의 2배에 달했으며, 스페인에서는 요양원에서 6천800명 이상의 노인이 사망했지만, 통계에는 기록되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낮은 치명률을 보인 독일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에게서만 사망자 수를 집계했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의 선임 전문가인 아고리차 바카는 코로나19가 중국 밖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을 때 중환자실이나 인공호흡기가 필요해질 것이란 인식은 있었지만, 요양원 문제는 뜻밖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요양원 내 집단 감염 사태가 '재앙'이라면서 "바이러스가 요양원에서 퍼질 경우 얼마나 큰 피해가 발생할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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