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복도·화장실에도 시신이"…에콰도르 의료진이 전한 참상

입력 2020-04-30 01:00  

"병원 복도·화장실에도 시신이"…에콰도르 의료진이 전한 참상
코로나19로 '의료 마비' 에콰도르 과야킬…의료진 정신적 고통 호소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의료·장례 체계가 붕괴 위기에 놓였던 에콰도르 과야킬은 감당하기 힘든 감염병이 가져온 비극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29일(현지시간) AFP통신은 코로나19와의 싸움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의 입을 통해 과야킬 병원에서 펼쳐진 참상을 전했다.
병원에 근무하는 35세 남성 간호사는 지난달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무렵 갑작스럽게 환자가 들이닥치면서 돌봐야 할 환자가 하루 사이 2배로 늘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너무 많은 사람이 병원에 왔다. 거의 우리 손에서 죽어가고 있었다"며 병상이 모자라 다른 환자들을 퇴원시키거나 수술실 침대까지 사용해야 했다고 말했다.
침대뿐 아니라 영안실도 금세 꽉 찼다.
그는 "영안실에 감당이 안 돼 시신을 싸서 화장실에 보관해야 했다"며 "6∼7구 정도 쌓이면 그때 와서 수습해 가곤 했다"고 전했다.
같은 병원의 26세 간호사도 "화장실에도, 바닥에도, 의자 위에도 시신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병원의 28세 의사 역시 "영안실이 꽉 차서 응급실 복도에 시신들이 놓였다"며 20∼25구씩 수습되길 기다리곤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환자를 위해 얼른 침대를 비우고 소독해야 했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시신을 (천·비닐 등으로) 싸서 보관해야 했다"고 전했다.
손쓸 틈도 없이 눈앞에서 사람들이 고통받고 죽어 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의료진에게 상당한 트라우마를 안기고 있다.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환자에게 산소 튜브만 꽂아주고 그대로 지켜봐야 할 때마다 앞으로 안고 가게 될 정신적 상처에 대해 생각한다고 한 간호사는 AFP에 전했다.
지옥 같은 병원에서 24시간 교대 근무를 마치고 녹초가 돼 집에 돌아오면 그때부턴 악몽이 시작된다.
그는 "(꿈속에서) 화장실 문을 열면 시신들이 있다. 다시 잠들 수도 없다"고 호소했다.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가족과 따뜻한 포옹조차 나눌 수 없다.
집에 돌아오면 마당에서 신발과 온몸을 소독한 후 뜨거운 물에 옷을 세탁하고, 가족과 떨어져 작은 식탁에서 혼자 밥을 먹는다.
현재 에콰도르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만4천258명, 사망자는 871명이다.
이중 상당수가 과야킬에 집중됐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감염자와 사망자가 얼마나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과야킬이 속한 과야스주에선 4월 첫 2주 동안에만 평년보다 5천700명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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