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보도…"통화 열흘 후 OPEC+ 감산 합의 도달"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생산량을 줄이지 않으면 사우디에 주둔한 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고 로이터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통화 때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을 시작하지 않으면 사우디의 미군 철수를 목표로 미 의회에 제출된 법안의 통과를 막을 힘이 없다고 말했다고 로이터가 4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실제로 이 통화 일주일 전 공화당 케빈 크레이머, 댄 설리번 상원의원은 사우디가 감산하지 않을 경우 미군과 패트리엇 미사일 등을 사우디에서 철수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현재 사우디에는 3천명의 미군이 주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별개로 이달 초 사우디와 러시아를 향해 원유 수입 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개적인 압박을 가했다.
이 통화 열흘 후인 12일 OPEC+(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는 5월 1일부터 6월 말까지 두 달 간 하루 970만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통화 당시 무함마드 왕세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깜짝 놀라 은밀히 상의할 수 있도록 참모들에게 사무실 밖으로 나가라고 지시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 행정부 고위 관료는 미군 철수 압박이 다양한 외교적 채널로 전달됐다며 핵심은 "사우디가 우리 (원유)산업을 파괴하는 동안 우리는 당신의 산업을 지켜주고 있다는 것이었다"고 요약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로이터와 인터뷰 때 철군을 언급했는지 묻는 말에 "나는 그(무함마드 왕세자)에게 말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그와 전화로 만났고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고만 답했다.
로이터는 "75년 전략적 동맹을 뒤집을 수 있다는 위협은 국제적 공급 감축 합의를 이끈 미국 압박의 중심이었다"며 "백악관에 외교적 승리를 거두게 했다"고 말했다.
또 미군의 보호를 상실할 수 있다는 예상은 사우디 왕실이 무릎을 꿇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이게 했다는 중동 외교관의 평가를 전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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