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1대 국회서 재추진…"다수가 필요성 절감하며 논의 차원 달라져"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국회에서 10년째 발이 묶여있었던 '의사와 환자 간의 원격의료 허용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가 '한국형 뉴딜' 및 비대면 산업 규제 혁파의 대표적인 분야로 꼽고 있는 원격의료는 코로나19 사태로 강력한 추진 동력을 얻은 상황으로, 정부는 21대 국회에서 의료법 개정안 통과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3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정보통신기술(ICT)과 의료기술을 접목하는 '원격의료' 시행을 위해 필요한 의료법 개정안은 2010년 이후 지난 10년간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정부는 2010년 18대 국회에 원격의료 도입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국회 회기 종료로 폐기됐고, 2014년 19대 국회 시절에도 다시 의료법 개정안을 냈다가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 수순을 밟았다.
정부는 2016년 6월 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또다시 의료법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이달 말 회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될 전망이다.
의료계 반대로 국회에서 번번이 폐기당한 의료법 개정안은 원격의료 관련 규제를 풀어주는 내용이 골자다. 현행 의료법상 국내에서는 환자와 의사가 직접 만나지 않고 진료상담, 처방하는 원격의료는 원칙적으로 금지돼있다.
하지만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원격의료는 2000년부터 20년간 '시범사업' 형태로만 진행 중이며, 그마저도 번번이 의료계 반대로 무산될 때가 많았다. 이 기간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국내 원격의료 시장이 규제로 막혀 있어 해외로 진출한 한국 업체들도 다수 생겼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원격의료에 반전의 모멘텀이 생긴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코로나19 사태로 원격의료를 한시 허용한 결과 긍정적인 성과물을 얻었고 우호적인 여론까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21대 국회에서 의료법 개정안을 재추진할 방침이어서, 해당 법안이 10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이번에 코로나19가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그동안 국내 도입을 두고 찬반 논란이 많았던 원격의료 서비스를 국내에서 처음 시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원격진료가 의료진 감염을 막고 대규모 전염병 확산을 조기에 진단해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 수단임이 상당 부분 입증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그동안 의료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한 데는 동네 병·의원 폐업을 우려한 의료계 반발이 컸으며, 특히 이들은 원격의료의 효율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안전성에도 문제가 있으며 '대면 의료체계'가 붕괴돼 혼란이 생길 거란 우려를 제기해 왔는데, 이번 사태를 겪으며 이런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지난 2월24일부터 지난달 19일까지 전화 상담과 처방을 한시 허용한 결과 13만건 이상의 원격진료가 이뤄졌으며 별다른 오진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 규제를 과감히 개선해 향후 신종 전염병 출현과 원격의료 시장 성장에 대응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된 상황이다.
이를 통해 우수한 한국 의료기술과 스마트 의료기기의 세계시장 진출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의견도 나온다.
해외 사례를 보면 중국과 일본은 각각 2014년, 2015년부터 의사와 환자 간 원격 의료를 전면 허용하고 있으며, 이번 코로나19 대응에서도 원격의료를 적극 활용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비대면 산업에 대해서는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측면에서 추가 규제 혁파에 속도를 내겠다"며 원격의료를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했다.
또한,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제1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며 국회에 계류 중인 원격의료 법 개정과 관련해 "많은 사람이 필요성을 절감하며 논의의 차원이 달라졌기에 21대 국회에서 속도감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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