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사망설, '루머 공장' 통해 무차별 확산"

입력 2020-05-02 16:35   수정 2020-05-02 17:50

"김정은 사망설, '루머 공장' 통해 무차별 확산"
북한 전문가 분석…"태양절 불참→한국 매체→외신 거쳐 확대·재생산"
"증거는 전무한데도 같은 소리만 증폭…확인 안 해주는 북한도 한몫"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이 2일 북한 매체를 통해 드러나며 그의 신변이상설은 결국 헛소문으로 마무리 지어지는 모양새다.
김정은이 한동안 공식 석상에 서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도 이번에 사망설이 유난히 증폭된 건 여러 '루머 제조자들'이 가세해 근거 없는 낭설을 무차별 확산시켰기 때문이라고 미국의 북한 전문가가 진단했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북한 전문가 마이클 매든은 2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기고문에서 최근 김 위원장에 관한 낭설은 3단계에 걸쳐 확대 재생산됐다고 분석했다.
앞서 2014년 김 위원장은 40일간 모습을 감춰 '쿠데타로 축출됐다'는 소문이 돌았고, 올해 2월에도 갑작스럽게 3주간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와 관련해 '신변 이상설'을 넘어 '사망설'마저 광범위하게 나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든에 따르면 신변이상설 확산의 첫 단추는 김 위원장이 지난달 15일 집권 이후 처음으로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은 점이었다.
북한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로 꼽히는 태양절에 김 위원장이 불참하자 '뭔가 이상하다'는 추측을 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였다고 매든은 설명했다.
이후 한국의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가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 "김 위원장이 12일 평안북도 묘향산 지구의 향산진료소에서 심혈관 시술을 받고 향산특각에서 치료 중"이라고 보도하며 '위중설'의 불을 지폈다.

매든은 데일리NK에 대해 "자체 취재망을 통해 나름대로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해온 것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세번째 단계로 미국과 일본의 유력 매체들까지 가세하며 김 위원장 위중설은 날개를 달았다.
전 세계 매체들이 각자 취재원을 인용해 김 위원장에 관한 보도를 쏟아내자 그의 '사망설' 등이 폭발적으로 확산했다. 중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각종 루머가 생산됐다.
미국의 연예매체 TMZ까지 의료진이 너무 긴장한 나머지 실수를 저질러 김정은이 중태에 빠졌다는 근거 불명의 중국 소셜미디어 소문을 퍼다날랐다.


매든은 한국 정부가 북한에서 이상 동향을 포착하지 못했다고 일축했음에도 '에코 체임버' 현상이 빚어지며 소문이 무차별적으로 퍼져나갔다고 설명했다.
'에코 체임버'(echo chamber·반향실)는 SNS 등에서 같은 견해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있어 같은 의견만 증폭되는 환경을 뜻한다.
매든은 "이 모든 상황에서 실체적 증거는 단 한 하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루머는 북한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곳에서나 퍼지지만, 다른 곳과는 달리 북한 정권이 이를 항상 확인해주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북한에 관한 루머를 확인하는 건 "북한 정권의 기분에 달린 셈"이라고 단언했다.
young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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