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통신, 헌법기념일 여론조사…61% "개정 필요" & 58% "아베 총리 하의 개정 반대"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 국민의 다수는 태평양전쟁 종전 후 제정된 헌법의 개정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현 총리 체제에서의 개헌에는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교도통신이 헌법기념일(5월 3일)을 앞두고 지난 3~4월 전국의 18세 이상 유권자 1천899명(유효 답변 기준)을 대상으로 벌인 우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헌 필요성을 지적한 답변이 61%에 달했고 '필요치 않다'는 응답은 36%에 머물렀다.
개헌이 필요한 이유로는 해당 질문 응답자의 60%가 1947년 5월 3일 시행돼 올해로 73년째를 맞은 현행 헌법의 조문이나 내용이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또 28%는 새로운 권리나 의무, 규정을 넣을 필요가 있는 점을 개헌의 당위성으로 지적했다.
개정 대상(복수 응답)으로는 평화헌법 조항으로 불리는 9조와 자위대 존재 명기를 지적한 사람이 49%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9조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선 북한의 핵·미사일 및 중국의 군비 확충 등으로 인한 안보환경 변화를 꼽은 사람이 55%, 근거 조항이 없어 자위대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점을 거론한 사람이 26%를 차지했다.
9조를 개정할 경우 가장 중시할 항목으로는 40%가 자위대 존재 명기를 꼽았다.
개헌에 반대하는 사람 중에는 다수인 41%가 전쟁포기 등을 선언한 현행 헌법이 평화를 지켜줄 수 있는 점을, 26%는 개헌이 군비 확장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점을 나름의 이유로 거론했다.
이 밖에 전체 응답자의 68%는 일본이 태평양전쟁 종전 후 75년 동안 해외에서 무력행사를 한 일이 없었던 것에 대해 헌법 9조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이번 조사에선 개헌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의견이 다수로 나왔지만 아베 총리 체제에서의 개헌에는 반대한다는 의견이 58%에 달했고, 찬성 의견은 40%에 그쳤다.
특히 국회에서 개헌 논의를 서둘러야 하는지를 묻는 항목에서 63%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답해 내년 9월까지가 임기인 아베 총리 주도의 개헌에는 대체로 부정적인 여론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아베 총리는 자신의 임기 중에 헌법 9조에 자위대 근거 조항을 추가하는 방향의 개헌을 원하고 있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일본에선 다수당 총재가 행정 수반인 총리를 맡기 때문에 3연임까지만 가능하게 돼 있는 집권 자민당의 당규를 고치지 않는 한 아베 총리는 내년 9월의 당 총재 임기 종료 시점에 맞춰 총리직에서도 물러나게 된다.
태평양전쟁을 일으켰다가 패전한 일본이 연합군최고사령부(GHQ)가 제시한 초안을 토대로 만든 현행 일본 헌법(9조 1,2항)은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고 규정하고, 육해공군 등의 전력을 갖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사실상의 군대 역할을 하는 자위대가 현행 헌법에 배치된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점을 들어 9조 조항을 유지한 채 자위대를 명기하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 조사에서 대지진 등 대규모 재해로 인한 긴급사태가 발생할 경우 정부가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내각의 권한을 강화하고 이동 자유 등 개인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조항을 헌법에 신설하는 문제에 대해선 찬성(51%)이 반대(47%) 의견을 소폭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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