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주 무관심으로 실업수당도 제외…불법체류자로 전락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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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 내 260만명에 달하는 이주노동자 중 상당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장을 잃은 것은 물론 제도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4일 일간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사업장이 문을 닫으면서 적지 않은 이주노동자들이 실직했다.
태국에서 20년, 사뭇사콘주의 한 가구 공장에서만 10년 이상 일해온 미얀마 이주노동자 싸(가명)는 사장이 해고는 없을 것이라고 누누이 말해왔기 때문에 실직은 청천벽력이었다고 신문에 전했다.
싸는 "사장이 마지막 월급을 주면서 짐을 싸서 고향으로 가라고 했다"면서 "국경이 모두 닫혀 미얀마로 돌아가는 것도 불가능했기 때문에 그 말은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태국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직장을 잃거나 생계가 어려운 서민들을 위해 나눠주는 현금 5천밧(약 19만원)을 받지 못한다.
태국 국민도 아닌 데다 실업수당을 탈 수 있는 사회보장기금에 이미 등록한 상태기 때문이다.
실업수당은 고용주가 사회보장국에 고용 종료를 신고해야만 피고용자가 이를 받을 수 있는데, 사장이 제때 신고도 하지 않으면서 싸는 이 기회마저 박탈당했다.
그는 많은 이주노동자가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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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미얀마 이주노동자로 최근 실직한 아웅(가명)은 실직 이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못해 불법 체류자가 되는 게 가장 큰 걱정이라고 신문에 말했다.
태국 노동법에 따르면 고용이 종료된 뒤 15일 이내에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합법적인 이주노동자 자격이 종료되기 때문이다.
그는 코로나19로 경제가 타격을 받는 이때 새로운 일자리를 빨리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정부가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캄보디아에서 온 이주노동자 차니 벤(31)과 그의 남편도 지난달 초 남부 송클라주 수산물가공공장에서 갑작스럽게 해고됐다.
마지막 받은 월급도 이제 월세와 식료품 등을 사고 나면 다 없어질 지경이다.
캄보디아에서 친정엄마가 키우는 네 명의 아이들에 보낼 돈조차 없어 결국 돈을 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차니는 "이 위기를 넘기기 위해 끼니도 종종 걸러야 할 것 같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찐 밥에 집 근처 담쟁이덩굴에서 딴 잎만을 넣어 끓인 국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한다는 그는 정부 및 민간단체에서 식료품을 기증해줘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태국 이주노동자 권익 네트워크(MWRN)가 실직한 이주노동자들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이주노동자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이들이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조사에 참여한 한 교수는 "어떤 이들은 아기에게 먹일 분유 살 돈도 없을 정도"라면서 "돈이 떨어지면서 1천800~2천500 바트(약 6만8천~9만4천원) 가량인 월세는 말할 것도 없고 쌀과 식품이 절박하게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태국에는 현재 260만명 이상의 이주노동자들이 등록돼 있다. 미얀마·라오스·캄보디아 등에서 온 이들 중 대다수는 공동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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