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별만큼 강해지거나 자기활동 감소기로 들어섰을 수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태양은 자기장의 영향으로 흑점이 11년 주기로 늘었다가 감소하는 것을 반복하지만 이런 태양 활동은 우리 은하 안의 비슷한 또래 다른 별들보다 훨씬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태양 활동이 지금은 이례적으로 약한 단계지만 앞으로 또래의 다른 별만큼 다시 강해질 수 있거나, 아니면 자기장을 만드는 태양 내부의 다이너모(dynamo·발전기)가 정점을 찍고 감소기로 들어섰을 수 있다는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태양의 자기 활동이 강해지면 흑점이 늘면서 고에너지 하전 입자를 대량으로 쏟아내는 태양플레어(폭발)나 코로나질량방출(CME)이 잦아져 주변 행성에 피해를 주게 되며 생명체도 살 수 없게 된다.
독일 '막스 플랑크 태양계연구소'(MPS)의 천체물리학자 티모 라인홀트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우리 은하 안에서 태양과 비슷한 별을 찾아내 비교한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발표했다.
MPS와 과학전문 매체 '사이언스뉴스'(ScienceNews)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2009년부터 4년간 관측한 약 15만개의 주계열성 자료에서 표면 온도와 질량, 형성 시기 등을 비롯한 주요 특성이 태양과 비슷한 별을 추려냈다.
특히 별의 자전 속도가 내부에서 자기장을 만들어 별의 자기 활동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는 점을 고려해 태양의 24.5일과 비슷한 20~30일의 자전주기를 갖는 별을 가려내고 유럽우주국(ESA)의 가이아 위성 자료까지 활용해 태양과 비슷한 또래의 별 369개를 골라내 비교했다.
그 결과, 또래 별들의 자기 활동이 태양의 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전 주기를 파악할 수 없는 2천500개 이상 별들도 자기적으로 태양만큼 활동이 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에 대해 두 가지 상반된 해석이 가능하다고 했다.
우선 태양과 자전주기가 비슷한 또래 별들에서 나타난 강한 자기 활동은 태양이 보일 수 있는 기본적인 자기 활동의 폭을 제시해 주는 것으로, 태양도 또래 별들처럼 자기 활동이 강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9천년 간 나무의 나이테와 얼음 핵에 기록된 태양 활동이 미미한 수준이었지만 46억년 태양 역사에 비춰보면 순간에 불과한 만큼 또래 별들처럼 현재보다 더 강한 태양 활동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그러나 가까운 미래에는 태양의 "과잉활동" 징후는 없다면서 지난 10년간 태양은 태양 자체 기준으로도 상당히 약한 활동을 보여왔으며 앞으로 11년간의 예측에서도 이런 추세는 바로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팀은 또 태양의 자기 다이너모가 절정을 지나 자기활동이 줄어드는 단계에 진입함으로써 또래의 다른 별들보다 약한 자기 활동을 보이는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고 했다.
태양보다 더 오래된 별들은 자기 활동이 줄어드는 것으로 관측돼 왔는데 태양도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에 진입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별의 회전 속도는 계속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시기에 이르면 자기장의 변화로 자전주기 감소가 중단되며, 태양도 이 단계에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는 '우주과학연구소'(SSI)의 트래비스 멧커프 박사는 사이언스뉴스와의 회견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태양이 자기적으로 '중년의 위기'에 있다는 최상의 증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