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협회 美정부에 "일회용 플라스틱이 가장 안전한 옵션" 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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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대량으로 발생하면서 해양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CNN 방송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19로 일선 의료 현장에서 장갑과 수술용 마스크, 가운, 바이저(얼굴 가리개) 등의 의료용 개인보호장비(PPE)와 시체 운반용 자루 등의 수요가 급증하자 각국 정부는 이들 장비 비축량을 늘리려는 '군비 경쟁'에 나섰다.
여기에 일부 장비는 일반인들까지 확보 경쟁에 뛰어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들 장비의 생산이 급속히 확대됐다.
CNN은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플라스틱 장갑과 마스크를 내버리고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는 조치는 폐기되거나 연기되면서 현대의 최대 공중보건 위기 속에 플라스틱으로 인한 오염을 줄이려는 노력이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환경보호 비정부기구(NGO) '오션 컨서번시'의 닉 맬러스는 "플라스틱 오염은 전 세계적 문제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전부터 존재했다"며 "(하지만) 그동안 이뤄진 산업계의 많은 진전 중 일부가 후퇴했다"고 말했다.
맬러스는 "팬데믹 이후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할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해양생물학협회 연구진이 지난해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매년 약 800만t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바다로 흘러든다.
미국 그린피스의 해양활동 국장 존 호스바는 "내 집 바로 밖에 나가보면 동네 곳곳에 장갑과 마스크가 버려져 있다"며 "이곳 워싱턴DC에 이틀째 비가 왔는데 그럼 이것들은 금세 하수구로 흘러 들어가 애너코스티어강을 거쳐 결국 대서양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호스바 국장은 "PPE의 구조는 해양 생물에게 특히 해롭다"며 "예컨대 장갑은 바다거북에게 해파리나 다른 음식처럼 보일 수 있고, 마스크의 끈은 엉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 제품이 오랜 시간에 걸쳐 분쇄되면서 해양과 대기, 음식 속의 미세플라스틱이 늘어날 수 있다고 CNN은 지적했다.
이런 PPE 제품보다 당장 눈에 띄지 않는 변화도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규제가 유보되거나 후퇴하는 것이다.
미국 메인주는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를 보류했고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는 머그잔 사용을 중단했다. 영국에서는 비닐봉지에 요금을 물리는 방안이 유보됐다.
플라스틱 제조업계는 건강에 대한 우려를 틈타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홍보하고 있다.
플라스틱산업협회(PIA)는 3월 미 정부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많은 미국인과 기업, 정부 당국자들이 일회용 플라스틱이 종종 가장 안전한 옵션이란 사실을 깨닫고 있다"며 일회용 플라스틱의 보건 및 안전상 혜택에 대한 공개성명을 내달라고 요청하는 편지를 쓰기도 했다.
맬러스는 "이 기회를 이용해 일회용 플라스틱을 안전한 대안으로 판매하려는 것은 우리에게 도전의 하나"라고 말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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