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매사추세츠대 연구진, '네이처 구조 분자 생물학'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프라이온(prion)은 핵산이 없는데도 전염하는 특이한 단백질이다.
프라이온이 침범하면 뇌세포가 파괴돼 '프라이온 병(Prion disease)'으로 불리는 신경 퇴행 질환을 일으킨다.
소의 광우병(mad cow disease), 양의 스크래피 병, 인간의 크로이츠펠트 야콥병(Creutzfeldt-Jakob disease)·쿠루병·가족성 불면증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프라이온 병의 핵심은 프라이온 단백질의 '이상 접힘(misfolding)'이다. 프라이온이 비정상적으로 접혀 입체형으로 변해야 병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는 단백질의 '이상 접힘'을 탐지해 바로잡는 샤프론 분자(chaperone molecule) 교정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인간에게 프라이온 병이 생기는 건, 샤프론 분자가 미처 나서지 못할 만큼 프라이온의 변형이 빨리 진행되기 때문이다.
미국 애머스트 매사추세츠대(UMass) 과학자들이, 샤프론 분자가 프라이온의 이상 접힘을 제어하지 못하는 이유를 밝혀냈다.
문제가 되는 건 프라이온 '핵 형성 씨앗(nucleation seed)'이라는 복합체의 크기였다.
이는 프라이온 단백질이 서로 엉겨 붙어 형성하는 '분자 집단(molecule cluster)을 말한다.
이 발견은 희소 불치병으로 여겨지던 크로이츠펠트 야콥병 등의 치료법을 개발하는 실마리가 될 거로 기대된다.
이 대학의 자연과학대 학장인 트리샤 세리오 생화학 교수팀은 6일 관련 논문을 '네이처 구조 분자 생물학(Nature Structural and Molecular Bi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효모균 실험에서 프라이온 단백질이 달라붙어 형성하는 핵종 복합체의 크기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걸 처음 확인했다.
프라이온 병이 계속 진행되려면 이 복합체의 크기가 처음의 두 배로 커져야 했다. 씨앗이 4개의 분자로 구성됐다면 적어도 8개로는 늘어나야 하는 것이다.
샤프론 분자가 프라이온의 이상 접힘을 바로잡을지도 이 복합체의 처음 크기에 좌우됐다.
이 씨앗이 작을수록 치료가 어려웠다. 씨앗이 작으면 더 빨리 두 배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씨앗이 크면 클수록 샤프론 분자의 변형 교정 기제가 더 잘 작동했다.
연구팀은 실험을 거듭한 끝에 프라이온 씨앗의 크기가 적어도 3가지 이상이라는 것도 알아냈다.
세리오 교수는 "프라이온의 형태에 변화를 주거나 변형 프라이온을 발현시키면 프라이온 씨앗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라면서 "(프라이온 병의) 진행 방향을 바꾸는 치료적 개입의 문이 열린 셈"이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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