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위 산업' 엔지니어링 저변 확대해 코로나 위기 뚫는다

입력 2020-05-07 12:00  

'산업 위 산업' 엔지니어링 저변 확대해 코로나 위기 뚫는다
'엔지니어링산업 혁신전략' 발표…고부가 시장 창출·수출 확대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산업 파급력과 고용 증대 효과가 큰 엔지니어링 산업의 수출 저변을 넓히고 디지털 전환을 촉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기에 부닥친 경제와 고용을 되살린다.
정부는 7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의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심의를 거쳐 관계 부처 합동으로 '엔지니어링 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엔지니어링은 과학기술 지식을 응용해 수행하는 사업 또는 시설물에 관한 활동을 말한다.
엔지니어링 산업은 건설, 정보통신, 기계, 환경 등 다양한 기술 분야를 아우르기 때문에 산업의 역량과 발전을 뒷받침하는 '산업 위의 산업'이라 불린다.
2018년 엔지니어링 세계시장 규모는 1천558억달러, 기업의 자국 매출을 제외한 해외 매출은 719억달러이다.
지난해 국내기업의 수주 규모는 8조2천억원으로 이 중 7조4천억원이 국내 내수 시장이었고 해외 수주는 8천억원에 불과했다.
정부는 이번 전략에서 '디지털 엔지니어링과 수출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 고부가 영역의 시장 창출 ▲ 신남방 지역 중심으로 수출 저변 확대 ▲ 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술을 바탕으로 한 엔지니어링의 디지털화 ▲ 공정한 산업생태계 조성 등 4개 과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고부가 영역인 프로젝트 관리와 통합운영 관리 분야에서 국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공공기관을 활용한 시범사업을 발굴하고, 그 실적을 쌓아 공공기관과 엔지니어링 기업의 해외 동반 진출을 추진한다.
그동안 이 분야는 공공기관이 자체적으로 사업을 수행해 민간은 사실상 사업 기회가 없었고 해외에서도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선진국 업체가 독과점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공항공사가 도화엔지니어링[002150] 등 기업 3곳과 함께 페루 친체로 신국제공항 프로젝트 관리 사업을 수주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정부는 이런 사례를 확산하기 위해 국내 시장 형성의 열쇠를 쥔 공공기관이 민간기업과 함께하는 시범사업 8건을 발굴·추진하고 성과를 검증해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시범사업은 전력, 가스 등 에너지 분야부터 발굴하고 통합운영 관리 분야는 기반시설 노후화에 대응해 안전성을 높인다.
내수 의존도가 높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주요 권역별로 수주지원 체계를 구축한다.
특히 여러 지역 가운데 그간 진출 실적이 많고 향후 진출 가능성이 큰 신남방 지역을 주요 대상으로 공략한다.
엔지니어링공제조합은 2021년까지 손해보험사와 공동으로 수출대금 미회수 위험을 담보하는 상품을 개발·출시하고, 2022년까지 해외 공동보증 프로그램을 베트남에서 인도네시아, 미얀마, 캄보디아로 확대할 방침이다.
엔지니어링 산업은 아직도 많은 부분을 개인의 경험과 지식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대형화되고 복잡화되면서 잦은 설계 오류, 잘못된 물량·원가 산출 등의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업계와 공동으로 설계부터 통합운영 관리까지 엔지니어링 전주기를 통합하는 빅데이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빅데이터 구축의 핵심인 데이터는 기반시설의 설계·운전 등 데이터를 보유한 공공기관과 정부 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으로부터 수집한다. 기존 데이터를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하려는 기업에는 정부가 비용을 지원하고 데이터 중 일부를 수집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는 이미 40여개 기업이 엔지니어링 빅데이터 구축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으며 공공기관, 정보기술(IT) 솔루션업체, 대학,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산·학·연 협의체를 구성해 지원할 방침이다.
아울러 수집된 데이터에 AI 기술을 더해 오류를 찾아내는 설계 검증 기술, 요구 조건을 입력하면 설계를 자동 생성하는 기술, 실시간 공정관리를 위한 기자재 추적 기술, 설비·시설물의 사고·고장 예측 기술 등 다양한 기술개발을 추진해 디지털 엔지니어링을 구현한다.
정부는 또 공정한 산업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기업이 적정한 사업 대가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기로 했다.
인건비 산출의 기초인 표준품셈(단위 작업당 투입 인원수)을 현재 12건에서 2022년까지 총 44건으로 확대하고 기술력 중심으로 상대평가를 강화하는 등 저가 입·낙찰을 유도하는 현행 제도를 개선한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엔지니어링은 건설·플랜트·제조 등 많은 연관 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중요한 국가 전략산업"이라며 "국내의 역량을 결집해 고부가가치 영역과 디지털 전환에 과감히 도전함으로써 세계시장에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e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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