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이렇게 보낼 줄이야' 中봉쇄 해제에도 정신적 고통

입력 2020-05-07 15:49  

'아들을 이렇게 보낼 줄이야' 中봉쇄 해제에도 정신적 고통
가족 잃고 작별인사도 제대로 못 한 주민들 트라우마 시달려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도시 봉쇄가 해제됐을 때 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수백만번 꿈을 꿨다. 하지만 노동절 연휴에 주변 사람 모두 나갈 때 나는 안에 있기를 원했다. 어둠 속에 있을 때 제일 안전하다고 느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 사는 창먀오(가명)는 코로나19의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의 심리를 이렇게 표현했다.
우한에서 도시 봉쇄는 1개월 전 풀렸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여전히 정신적 상처에 시달리고 있다고 중국 글로벌타임스가 7일 보도했다.
우한에서는 코로나19의 생명 위협은 많이 사라졌으나 주민과 의료진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이나 무력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창먀오는 지난 1월말 우한이 봉쇄됐을 때 겁에 질려 병원에 끊임없이 전화를 걸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는 체온계를 꽉 쥐고 병원에 50번이나 전화해 내가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물어봤다"면서 "먹는 것에 의지해 정신적으로 버텼는데 먹지 않을 때는 우울했다. 그때는 부모나 친구와도 말을 하지 않았는데 절망적이었고 무력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2월말 심리 상담 전화에 도움을 요청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지만,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 사람은 그 말고도 많았다.
우한 봉쇄 당일인 1월 23일부터 핫라인을 개설한 후베이 심리상담협회의 두밍쥔은 자신이 4월 말까지 2천통의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중국사회과학원도 지난 3월 우한에 심리상담소를 차렸다. 이곳에서 일하는 우칸칸은 상담소가 적어도 2년은 운영될 예정이라면서 "사람들 마음의 상처가 쉽게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이 상담 요청을 많이 했다고 후베이 심리상담협회의 두밍쥔은 전했다. 아들과 함께 바이러스에 걸렸다가 혼자 살아남은 70세 아버지는 "평화로운 시기에 아들을 이렇게 보낼 줄은 생각도 못 했다"고 전화로 말했다.
두밍쥔은 "대부분은 사랑하는 이들과 전화로만 작별 인사를 했다. 나중에 유골과 소지품을 받아 갈 때 슬픔은 더욱 증폭됐다"고 전했다.
지난달 초에 인터넷에 올라온 동영상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동영상 속에서 아버지의 유품을 받으러 병원에 온 한 30대 남성이 의사에게 "우리 아버지가 혹시 무슨 말이라도 남겼나? 아버지가 내 전화를 받지 못 했다"고 말했다.
심리학자들은 중증 환자들의 정신적 부담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장광룽 화중사범대학 교수는 환자들이 초기 의료자원 부족으로 강한 분노와 공포를 느낀 뒤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에서 트라우마를 겪는다고 지적했다.
y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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