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부는 7일 2차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경제 중대본) 회의를 열고 당면한 경제 위기 극복과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판 뉴딜의 3대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SOC)의 디지털화 등이다. 이를 구체화한 10대 중점과제도 내놓았다. 키워드는 데이터, 5G,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비대면 등으로 코로나 사태 이후 급격히 전개될 디지털 혁명에 대비하면서 일자리도 창출하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부정적 이미지가 있는 전통적 경기 부양책인 토목과 건설 위주의 SOC 사업에서 탈피해 스마트하고 미래 지향적인 경기 부양책을 만들어보려는 결의가 엿보인다. 아직 분야별 실행계획이나 재정 투입 규모 등이 구체화하지 않아 평가는 다소 이르지만 제대로 추진될 경우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도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고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의 팬데믹은 이동제한과 국경폐쇄로 글로벌 수요와 공급 사슬을 엉망으로 만들면서 세계 경제를 패닉으로 몰아넣었다. 우리나라도 서비스업에서 시작된 매출절벽이 수출 제조업으로 전이되면서 한계 기업이 급증하고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비즈니스의 언택트화와 디지털화의 가속화로 산업의 판이 바뀌고 있다. 따라서 한국판 뉴딜은 단기적으로는 직장을 잃은 실업자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중장기적으로는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몸을 실어 글로벌 경쟁에서 선도적 입지를 다지는 방향이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이날 제시한 한국형 뉴딜의 밑그림이 이런 측면을 충족하는지는 의문이다. 정부가 내놓은 10대 중점과제는 대부분 4차 산업혁명과 관계된 것들로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20∼30대 젊은 층에는 좋은 일자리의 기회가 되겠지만, 지금 쏟아지는 실업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장년층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 있다. 이들 분야는 실업자의 재교육을 통해 단기간에 숙련도를 높이기도 어렵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의식해 한국판 뉴딜에 생활 SOC나 스마트시티 구축 등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분야도 포함될 것이라고 하지만 다음 주부터 본격화할 태스크포스(TF) 회의 과정을 통해 일자리 부분을 대폭 보완해야 할 것이다. 장기적 플랜도 중요하지만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것이 더 급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단기 고용 효과가 큰 토목·건설 SOC를 무작정 백안시해야 할 이유도 없다. 정부도 뉴딜의 기본방향에 디지털 인프라구축을 포함했지만, 노후화하거나 경제와 산업 혁신, 국민 보건에 필요한 정보, 교통, 항만, 위생 인프라 등은 충실히 갖출 필요가 있다. 정부는 최근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원격의료와 관련해서는 시범사업 대상을 확대하고 인프라를 보강하는 차원으로 제도화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는데 너무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을 의식한 게 아닌가 싶다. 글로벌 흐름을 보면 원격의료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았다. 이를 빼놓고 의료산업의 혁신성장을 논하기 어렵다. 코로나 진단키트의 국제적 호평이 보여주듯 정부가 내놓은 한국판 뉴딜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규제환경의 획기적 개선도 필요한데 이에 대한 준비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제조업과 정보기술(IT) 산업을 고도화해 국가 경쟁력을 키웠다. 일찍이 보지 못한 담대한 발상과 통찰을 정책 의지로 구현한 한국판 뉴딜로 바이러스가 촉발한 이번 위기를 거대한 기회로 바꿔야 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