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우 부유한 나라들 공짜로 보호…적과 우방에 더는 안당해"
트럼프 "한국에 매우 감사" 언급도…미 행정부, 증액 전방위 압박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이해아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 한국이 상당한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이 많은 돈을 내기로 했다고 언급한 데 이어 또다시 '증액 합의'를 기정사실로 하면서 추가 인상을 압박한 것이다. 대선 국면에서 성과를 과시하려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제임스 앤더슨 미 국방부 정책담당 부차관 지명자가 이날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더 크고 좀 더 공평한 비용 분담"을 거듭 거론하고, 행정부 고위당국자가 '13억 달러'(약 1조5천900억원)에 달하는 미국의 '역제안' 수치를 이례적으로 확인하며 여론전에 나서는 등 트럼프 행정부가 전방위적 방위비 증액 압박에 나선 모양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와 접견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문답을 하던 도중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꺼냈다.
이날 방위비 언급은 미국이 미군과 패트리엇 미사일 등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의 진위를 묻는 기자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무언가를 하고 있다. 우리는 중동과 그 외 지역에서 많은 조치를 하고 있다"며 "우리는 전 세계 도처에서 군사적으로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우리는 전 세계 도처에서 이용당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군을 갖고 있다"며 1조5천억 달러 이상의 국방비 지출, 최고의 장비, 미사일, 비행기, 함선, 잠수함 등 군 전력을 자랑한 뒤 "우리는 다른 나라들을 보호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그들이 해야 하는 만큼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는 심지어 우리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그리고 그러한 날들은 끝났다. 상황이 바뀌고 있다. 우리는 우리에게 긍정적인 그리고 그들에게도 긍정적인 무언가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는 매우 부유한 나라이며 그들은 비용 일부를 돌려주기로 합의했다"며 자신이 아니었다면 아무도 그러한 요청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좋은 사업가'가 한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고 자화자찬을 했다.
이어 "나는 그저 여러분에게 매우 부유한 나라들을 우리가 공짜로, 공짜로, 또는 거의 돈을 받지 못한 채 보호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꺼냈다.
그러더니 대뜸 한국을 거론하며 "한국은 우리에게 상당한 돈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우리는 매우 많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라고까지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다른) 나라들에 우리를 도와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1조5천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우리는 이 돈 모두를 지출하고 있다"며 "많은 돈이 들어간다"고 거론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국방 예산은 두 번째로 돈을 많이 지출하는 곳에 비해 3배, 아니 4배 더 많다"며 "그보다 더 많다. 4배 그보다 더 많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리고 우리가 다른 나라들을 지켜주려고 한다면 그들 역시 분담금을 냄으로써 우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증액을 거듭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솔직히 말해 이 나라는 우방과 적에 의해 이용당해왔다"며 "그러나 이제 더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한미 방위비 협상과 관련해 "그들(한국)은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 그들은 내가 취임했을 때 내던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내고 있다"며 "우리는 합의를 할 수 있다. 그들(한국)은 합의를 원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청와대는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합의한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고 일축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을 위한 한미 간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인 지난해 8월 초에도 한국이 비용을 훨씬 더 많이 내기로 합의했다는 트윗을 불쑥 올리며 한국을 압박했었다.
한미 방위비 협상은 3월 말 '13% 인상안'에 잠정 합의, 타결을 목전으로 둔 듯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거부, 협상이 표류하는 상황이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잠정 합의안을 거부한 것과 맞물려 13억 달러 수준의 분담금을 요구하는 '역제안'을 한 상태이다. 그러나 한국은 13% 인상 이상으로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장기전이 예고되는 가운데 당분간 난항이 예상된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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