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러시아, 조촐하게 2차대전 승전 75주년 기념

입력 2020-05-09 10:24  

코로나19 확산 러시아, 조촐하게 2차대전 승전 75주년 기념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형우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악화일로인 러시아가 올해 조촐한 분위기 속에서 제2차 세계대전(1939~45년) 승전 75주년 기념일을 맞고 있다.
러시아는 해마다 5월 9일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을 무찌른 것을 기리는 승전 기념행사를 해왔다.
수도인 모스크바 크렘린궁 앞 붉은광장에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펼쳐졌고, 전몰 용사들을 기리는 대규모 거리행진인 '불멸의 연대' 행사가 전국적으로 진행돼 왔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탓에 비중 있는 대규모 행사 일정은 모두 하반기로 연기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의 위험 때문에 지난달 16일 붉은광장에서 펼쳐졌던 군사 퍼레이드 등 대규모 승전기념 행사를 연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 상공에서의 군용기 퍼레이드와 주요 도시의 축하 불꽃놀이는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영향으로 모스크바를 비롯한 러시아 지방 정부들은 요란하지 않고 조용하게 승전기념일을 축하하고 있다.
연해주(州) 정부 공보실은 승전기념일을 맞이해 1945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렸던 첫 번째 승리 퍼레이드를 TV 방송을 통해 내보냈다.
사하(야쿠티야)공화국과 자바이칼주(州)의 일부 지역에서는 전쟁 당시 러시아의 주력 전차였던 'T-34' 탱크의 모형물이 세워지기도 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싸우다 숨진 러시아 군인들의 모습이 블라디보스토크 도심 외벽에 벽화 형태로 새겨지기도 했다.



러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의 주역을 나치 독일에 맞선 소련(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를 민족적 자부심의 근거로 삼고 있다.
1945년 5월 8일 오후 10시 43분(중부유럽시간) 베를린 근교의 소련군 사령부에서 빌헬름 카이텔 독일군 총사령관이 소련군 총사령관 게오르기 주코프 앞에서 항복문서에 서명했다.
서명할 때가 모스크바 기준으로 9일 0시 43분이었고 이후 소련과 사회주의권 국가들은 9일을 승전일로 정해 기념했다.
푸틴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연기된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의 군사 퍼레이드와 각 도시에서의 전몰 장병 추모 가두행진('불멸의 연대') 행사 등은 미뤄서 반드시 개최할 것이라고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이와 관련 블라디미르 샤마노프 러시아 하원 국방위원회 위원장은 2차 대전 종전 직후인 1945년 게오르기 쥬코프 원수의 지휘로 군사 퍼레이드가 진행된 6월 24일이나, 태평양 전쟁 종전 기념일인 9월 3일로 승전 행사가 연기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승전 75주년이 되는 올해 행사에 러시아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의 외국 정상들을 초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행사에 참석할 수 없다고 통보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축하 전문을 보냈다.
vodcas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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