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대만, WHO 참여 지지해달라" 50여개국에 초당적 서한

입력 2020-05-09 11:48   수정 2020-05-0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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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 "대만, WHO 참여 지지해달라" 50여개국에 초당적 서한
'하나의 중국' 정면공격…트럼프 비방 속 미중 갈등 악재
이달 WHO총회 두고 긴장…미 "세계보건 위해" vs 중 "정치적 이유"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 의회 외교위원회에 소속된 의원들이 대만의 세계보건기구(WHO) 참여를 지지해달라는 서한을 초당적으로 작성해 세계 50여개국 정부에 보냈다고 로이터 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이 대만을 독립국으로 보지 않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외교정책 기조로 견지하며 대만의 공식적인 국제사회 활동을 차단해온 만큼 이번 조치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한층 악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로이터 통신이 입수한 서한에 따르면 의원들은 "세계가 중국 우한에서 처음으로 정체가 확인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싸우려고 노력하는 상황에서 모든 국가가 글로벌 보건과 안전을 정치보다 우선순위에 두는 게 가장 중요한 때"라고 취지를 밝혔다.
이 서한에는 엘리엇 엥걸(민주) 하원 외교위원장,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 짐 리쉬(공화) 상원 외교위원장,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가 서명했다.
한 소식통은 이번 서한이 캐나다, 태국, 일본, 독일,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등 크든 작든 뜻을 함께하는, 대만의 우방이나 동맹으로 간주되는 국가들에 전달됐다고 전했다.
한국이 이번 서한을 받았는지 여부는 보도되지 않았다.
중국은 대만을 자치적 독립국으로 인정하지 않는 '하나의 중국' 외교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유엔의 회원국이 아닌 대만은 유엔 산하기구인 WHO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총회(WHA·세계보건총회)에서도 회원국이 아닌 옵서버로 참여해왔으나 중국의 반대 때문에 2016년부터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서한 발송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관리들이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을 두고 중국을 향한 비판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을 주목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의 초기 발병국인 중국이 정보를 은폐해 세계적 대유행이 더 악화했다며 중국을 비난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WHO가 중국 중심적인 태도를 지녀 코로나19 발병과 관련해 중국의 정보 왜곡을 조장했다며 WHO에 대한 자금지원을 중단한다고 지난달 선언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동조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WHO에 개혁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글로벌 보건 위기에서 WHO를 공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대만은 코로나19에 모범적으로 대응해왔다는 국제사회의 평가를 토대로 미국과 동맹국들의 지원을 얻어 오는 18∼19일 열리는 WHA에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미국 의원들은 이번에 발송한 서한에서 대만의 자원과 전문지식이 코로나19와 힘겹게 싸우는 세계를 이롭게 하는 자산으로 규정하며 대만이 2009년부터 2016년까지 WHA에 참석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의원들은 서한에서 "중국을 포함해 어떤 회원국도 유엔의 도구, 성명, 입장을 유엔 정책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고 많은 유엔 회원국들의 정책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조작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질병에 국경은 없는 까닭에 대만이 글로벌 보건, 안전 기구들에 대만을 포함하는 긴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당신들 정부가 우리에게 동참하기를 촉구한다"며 다가오는 WHA가 그 적합한 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대만이 WHO 총회에 참석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보건 우려가 아닌 정치에 있다며 그런 노력은 결국 좌절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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