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탄핵 압박에 브라질 대통령 "2027년 1월1일 물러날 것"

입력 2020-05-11 09:44  

사임·탄핵 압박에 브라질 대통령 "2027년 1월1일 물러날 것"
2022년 대선 출마 의지 밝힌 것으로 해석…코로나19 사태엔 침묵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최근 자진사임·탄핵 압박을 받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2022년 대선에 출마해 재선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대통령궁 앞에서 만난 지지자 가운데 한 명이 자진사임·탄핵 요구에 대한 입장을 묻자 "2027년 1월 1일 대통령궁에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2022년 말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해 2026년 말까지 임기를 채운 뒤 2027년 1월 1일 차기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고 나서 물러나겠다는 의미다.
취임 이후 언론과 불편한 관계를 지속하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과의 대화는 의도적으로 피했다.



하원에는 지금까지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 요구서가 30여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 이후 계속돼온 독단적인 국정운영 방식과 자기 아들들이 연루된 연방경찰 수사에 개입하려 했다는 직권남용 의혹, 코로나19에 대한 안이한 대응 등이 탄핵 사유로 거론됐다.
여기에 최근에는 의회·대법원 폐쇄를 촉구하고 군부 개입을 지지하는 반민주적 집회·사위에 참석해 연설하는 등 부적절한 행태를 계속한 것도 정치권과 법조계, 언론계 등으로부터 집중적인 비난 대상이 됐다.
그러나 호드리구 마이아 하원의장은 탄핵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브라질 헌법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를 시작할 것인지 여부는 하원의장의 결정에 달렸다.
앞서 마이아 의장은 "대통령 탄핵에 신중해야 하며 지금은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할 때"라고 밝혔으나 탄핵 요구가 빗발치면서 갈수록 곤혹스러운 입장에 빠지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최근 중도 성향 정당들과 접촉을 확대하면서 의회에 지지 기반을 넓히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의회에 탄핵 반대 그룹을 형성해 탄핵 절차가 시작되더라도 표결을 통해 부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대통령 탄핵이 이뤄지려면 하원에서 전체 의원 513명 가운데 3분의 2(342명) 이상, 상원에서 전체 의원 81명 가운데 3분의 2(54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한편,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6만 명을 웃돌고 사망자가 1만명을 넘었음에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
대신 네우손 타이시 보건부 장관이 이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코로나19 피해가 빠르게 늘어나는 데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가족들을 위로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은 브라질에서 '어머니의 날'이다.
브라질에서 이날까지 보고된 코로나19 확진자는 16만2천699명, 사망자는 1만1천123명이다.
전날과 비교해 확진자는 6천760명, 사망자는 496명 늘었다.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을 나타내는 치명률은 6.8%다.
fidelis21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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