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전 국민 고용보험 추진 방침을 공식화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1일 노동절 정책 세미나에서 필요성을 제기한 지 열흘 만에 국정 최고책임자인 문 대통령이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확실한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급증했고, 더 늘어날 것이 예상되면서 그동안 범여권 안에서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고해졌다는 방증일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미증유의 고용시장 위기 상황에서 실업자는 끝없이 늘고 있는데 현재의 고용보험 등 사회안전망으로 감싸 안을 수 있는 범위는 한계가 있다. 당장 실업자 급증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일자리 구조 변화에는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마찰적 실업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촘촘한 사회안전망의 필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의 전 국민 고용보험의 공론화가 고용 취약계층과 사회안전망에서 소외된 계층의 구제 강화를 위한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고용보험은 실직자에게 실업급여를 줘 당장의 생계를 보호하면서 재취업을 유도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그런데도 이런 장치에서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전체의 절반이나 된다. 3월 말 현재 경제활동인구 2천778만9천명 가운데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1천378만2천명에 불과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나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예술인 등은 아예 고용보험 울타리 밖에 있고, 자영업자는 2012년부터 고용보험 가입이 가능해졌지만, 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극소수라고 한다. 사업자와 근로자가 보험료를 반반씩 부담하는 것과는 달리 자신이 사업자이면서 근로자인 자영업자는 보험료 전액을 감당해야 하는 데다 소득이 노출되는 부담까지 더해져 아예 가입을 꺼리고 있어서다. 우리나라 전체 자영업자 550만명의 고용보험 가입 비율은 0.4%에 불과한 것이 이런 현실을 잘 반영한다. 이러다 보니 코로나19 같은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대량실업이 생기면 최소한의 안전망에서조차 벗어나 생계를 위협받는 실업자가 쏟아져나올 수밖에 없다. 고용보험 울타리에서 벗어난 취약계층을 위해 정부가 지난해 9월 '한국형 실업 부조'로 불리는 국민취업 지원제도 도입을 발표했지만 관련 법안이 아직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내년부터 특고 종사자와 예술인에게 고용보험을 추진하겠다는 고용노동부의 방침은 문 대통령이 천명한 전 국민 고용보험 확대의 첫 단추를 끼운다는 의미가 있다. 고용보험 울타리 밖의 모든 근로자를 한꺼번에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고용보험 미가입자가 많은 것은 제도적으로 가입할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자영업자처럼 가입할 수 있어도 보험료 부담이 커서 가입을 꺼리는 경우도 많다. 이들에게 제도적으로 인센티브를 주지 않고 자발적으로 고용보험 가입을 유도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방법은 재정으로 지원하든가, 기존 가입자의 보험료율을 올려야 하는데 둘 다 엄청난 부담이기는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이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이 아닌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기초를 놓겠다"며 단계적 추진을 시사한 것도 막대한 재정적자 속에서 단번에 이런 부담을 떠안는 것에 대한 한계를 알기 때문일 것이다. 고용보험의 틀 안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게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다. 다만, 기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나 앞으로 가입할 고용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 재정부담 증가 사이의 전략적 포트폴리오를 치밀하게 구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효성 있는 고용 안전망 확대는 어려워지고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나 사회구성원 사이의 충돌만 노정할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11일 저소득층 구직자에게 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까지 지급하는 국민취업 지원제도를 논의한다. 근로 능력과 구직 의사가 있는데도 취업하지 못하는 국민에게 취업 지원 서비스를 하고 생활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다. 문 대통령이 전 국민 고용보험의 기초를 놓겠다고 하면서 염두에 둔 것도 이 제도라고 한다. 여야가 20대 국회에서 신속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다. 실업급여는 4월 지급액이 1조원에 달하는 등 역대 최고라고 한다. 기초를 쌓아가며 단계적으로 추진하되 신속하게 처리할 것은 서두르는 것이 코로나19로 아픔을 겪고 있는 국민에 대한 정치권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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