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마-세크레타아제 기능 이상→알츠하이머병 유발' 확인
본 대학 연구진, 저널 '생명과학 얼라이언스'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우리 몸 안의 모든 세포는 지방을 주성분으로 하는 원형질막으로 싸여 있다. 세포막에는 또한 세포의 센서 역할을 하는 수많은 단백질이 있다.
세포 외막의 단백질이 어떤 분자와 만나면 내막에 신호를 일으켜 세포 내 반응이 조절된다. 다른 종의 세포막 단백질은 세포 내로의 물질 운반에 관여하기도 한다.
감마-세크레타아제는 세포막의 신호 생성 단백질 분비에 관여하는 매우 중요한 효소다. 감마-세크레타아제는 세포막 단백질을 잘게 부숴 제거하는 '청소 전문가'이기도 하다.
뇌 신경세포(뉴런) 막에 존재하는 감마-세크레타아제(gamma-secretase)가 뇌세포의 지질 대사를 간접적으로 제어한다는 걸 독일 본 대학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감마-세크레타아제는 20년 가까이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표적이 돼 왔지만, 정확히 어떤 메커니즘이 그 과정에 개입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런데 마침내 감마-세크레타아제가 관여하는 지질 대사 기제의 오작동이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걸 규명한 것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요헨 발터 교수팀은 11일 '동료 심사' 공개 접근 저널 '생명과학 얼라이언스(Life Science Alliance)'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감마-세크레타아제가 뇌세포 막의 APP 단백질을 잘게 부수면 아베타 펩타이드(Abeta peptide)가 생겨 뇌척수액으로 흘러 들어가는데, 이 단백질 조각이 바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 손상 영역에서 발견되는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주성분이다.
또한 이 효소가 제 기능을 못 하면 뇌세포 막이 노폐물로 가득 차 세포 내로의 물질 흡수에 장애가 생긴다.
이번 연구의 최대 성과는 감마-세크레타아제의 기능 이상이 뇌 기능 손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소상히 밝혀낸 것이다.
배양 세포 실험에서 감마-세트레타아제의 발현을 억제하자 세포막에 APP가 쌓여 리포단백질(지질단백질)의 흡수를 방해했다.
그런데 리포단백질이 너무 적게 유입하면 세포는 지방이 부족하다는 신호로 보고 지질 합성을 늘린다.
이렇게 생성된 지질 가운데 일부는 세포 밖으로 배출되지만, 리포단백질 흡수의 장애로 올바른 피드백을 받지 못하는 세포는 지질 합성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뇌세포 안에 과도한 지질 방울이 쌓여 지방과다증으로 인한 기능 손상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발터 교수는 "뇌의 이런 지질 대사 교란이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건 이미 확인됐다"라면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메커니즘을 정확히 지목한 게 이번 연구의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암 치료 측면에서도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종양 세포의 감마-세크레타아제를 억제해, 암세포 분열을 자극하는 세포막 단백질의 분비를 막는다면 암세포의 분열 중지를 유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접근이 정상 세포에도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건 앞으로 연구팀이 풀어야 할 숙제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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